이복현 전 원장 첫 수임 사건
"이해충돌 고민했지만 수임 결심"
"금융기관의 각 절차 적절했나 의문"
[사진: 신민경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중앙그룹 회사채 사태를 두고 "JTBC는 회사채 발행 전부터 사실상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며 발행과 유통, 판매 전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검사를 촉구했다. 채권 발행 주관사인 일부 증권사뿐 아니라 투자 일임사와 신용평가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전 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중앙그룹 채권 투자자' 관련 언론 브리핑을 열고 "자본시장에서 자기 책임 원칙은 중요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화살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선 안 된다"며 "회사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직접 접했던 주체는 증권사와 운용사인데, 이들이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상품 제조와 발행, 유통 전 단계에서 적절한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엄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법무법인 창천과 함께 중앙그룹 채권 투자자 공동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다. 이번 중앙그룹 회사채 사태는 첫 검찰 출신 원장으로 3년 임기 내내 화제를 모았던 이 전 원장이 지난해 6월 퇴임 이후 변호사로서 수임한 첫 사건이다.
변호인단이 투자자들을 통해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중앙그룹 회사채에 참여한 개인 계좌는 450여개, 참여 금액은 760억원에 달한다.
변호인단은 이 가운데 위임받은 신청인 250명(피해 금액 약 325억2천만원)을 대표해 지난 10일 금감원 금융투자검사2국과 금융소비자보호국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초 위임계약을 체결한 286명에서 피해채권 금액이 확인된 인원을 추린 것이다. 의견서에는 투자 피해 현황과 변호인단이 확인한 사실관계, 유형별·기관별 검사필요 사항이사항이 담겼다.
이 전 원장은 "직전까지 금융당국의 업무를 보던 입장에서, 금감원 임직원의 입장을 감안하면 첨예하거나 이해관계 충돌이 되는 사안은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었다"며 "하지만 (이번 중앙그룹 회사채 사태는) 사건의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최근까지 공직에 오래 몸담았던 입장에서 봐도 절차들에 대해 의문이 있었고 결국 사건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규모 대비 수긍하기 어려울 정도의 신종자본증권을 계열사들이 서로 발행하고 인수하는 복잡한 구조였다"며 "과연 일반 투자자들이 신종자본증권의 성격이 어떻고, 상호 인수 시스템으로 인해 추가 재무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위험(리스크)을 적절히 설명을 들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JTBC만 보더라도 상반기 700억원 이상의 콜옵션 만기가 밀집해 있는데, 이런 콜옵션 리스크가 발행 당시 적절히 평가됐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발행·유통·판매 전 과정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가 필요하단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특히 대표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이 투자 위험을 인지하고도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으로 결론짓고 발행을 주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신한투자증권은 투자설명서에서 "안정적인 매출채권 회전율 및 유사시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할 시 단기 유동성 위험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또 'Ⅳ. 인수인의 의견'에서는 "이번 발행되는 동사의 제42회 무보증사채의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고 제시했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이 스스로 작성한 기업실사 보고서에는 ▲자본잠식 ▲신용등급 지속 하향 ▲수년간 적자 누적·현금성 자산 감소 ▲단기성차입금 1,975억원(총차입금의 54%) 등 위험이 전부 기재돼 있다.
변호인단은 "JTBC가 최근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감사보고서에도 재무약정 미충족과 신용등급 하락 시 유동성 위험 등이 기재돼 있었다"며 "이런 위험을 인지하고도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본잠식이 공시된 이후에도 증권사 앱에서 별다른 위험 표시 없이 회사채 거래가 계속됐다"며 "발행 직전에는 긍정적인 내용 위주의 IR자료가 투자일임사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배포된 정황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전단채를 판매한 키움증권을 두고서도 상담원이 해피콜 거부 등록을 직접 안내·유도하는 등 투자자 보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뿐 아니라 한양증권, 장내 중개 증권사, 투자일임사, 신용평가사로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당국에 개별 민원을 병합 처리하는 한편 이메일 등 핵심 증거에 대한 즉각적인 자료보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 원장은 "이번 브리핑의 목적은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지점을 알리고, 금융투자업계의 책임을 수면 위로 올리는 데 있다"며 "채권 투자자들이 '부자들이니까 투자한 것'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억울한 지점을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앙그룹 회사채 사태는 지난달 12일 JTBC가 총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발생했다. 이틀 뒤인 14일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 중앙에 이어 15일엔 사태의 진원지인 JTBC가 잇따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JTBC에 대해선 회생절차 개시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고, 나머지 4곳에 대해서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금융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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