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일본 최대 공적연금기금(GPIF)이 국내 투자를 확대하라는 사쓰키 가타야마 재무상의 요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GPIF는 원칙적으로 5년에 한번씩 투자 기준을 세우는데, 이미 지난해 투자 구조(프레임워크)를 새로 짰기 때문에 오는 2030년까지는 변경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재팬타임즈와 금융시장에 따르면 GPIF는 지난 2025년 완료된 직전 검토에서 국내 주식, 해외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채권의 4대 자산군 비중을 각각 25%로 균등 배분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다음 정기 검토는 2030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정치권의 압박으로 GPIF가 조기에 전략적 자산 배분(SAA) 변경을 검토하더라도 법적 절차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GPIF의 법적 책무는 정책적 목표 이행이 아닌 '연금 수급자를 위한 장기 수익률 극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에서 해외 자산 수익률이 국내 자산을 압도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투자 확대 조치를 투자 관점에서 정당화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토추 경제연구소의 다케우치 고지 수석연구원은 "전략적 자산 배분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높은 허들에 직면해 있다"며 "포트폴리오는 외부 전문가의 자문과 신중하고 효율적인 자산 관리에 초점을 맞춘 법적 프레임워크에 따라 설정되므로, 단순히 일본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이를 변경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과거 사례처럼 정부가 장기적인 타임라인을 갖고 변화를 강제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디플레이션 탈출 조치의 일환으로 2014년 GPIF의 자산 배분 변경을 주도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도 아베 정권이 취임 후 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는 약 2년이 소요됐다.
최근 주요국 정부가 연기금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캐나다 재무부는 2024년 연금기금의 국내 법인 투자 제한 규정을 폐지했고, 한국의 국민연금공단(NPS) 역시 한국은행의 자산 배분 관련 압박 속에 2026년 국내 주식 보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현행 규정상 GPIF는 각 자산군의 25% 목표치를 중심으로 최대 5~6%포인트 수준의 전술적 자산 배분(TAA) 조정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GPIF는 수년간 설정된 목표치를 엄격히 준수해 왔으며, 정치적 발언에 휘둘려 갑작스럽게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경우 기금의 대외 신뢰성과 거버넌스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
글로벌 국부펀드 데이터·컨설팅 업체인 글로벌 SWF의 디에고 로페즈 대표는 "재무부는 GPIF에 그러한 요구를 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일방적인 압박은 거버넌스 부실과 이해상충 문제를 자인하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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