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 2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발행으로 역대 최저 가산금리(스프레드) 기록을 다시 썼다.
최근 글로벌 채권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이전보다 주춤해지면서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의 역대급 활황에도 균열이 가해지는 듯했으나 수은은 아시아와 유럽, 중남미 등 전 대륙을 아우르는 투자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흥행세를 이어갔다.
이번 발행에서는 북빌딩 전 중국어(만다린어) 인베스터콜(Investor call)을 진행해 중화권으로의 투자 기반 확대에도 앞장섰다.
◇중동 긴장 재고조에도 흥행 가도…최저 스프레드 신기록
24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전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2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10억달러씩 배정했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3년과 5년물 각각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18bp, 21bp를 더한 수준이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로 44bp, 47bp를 설정했으나 북빌딩에서 최대 63억달러가량의 주문을 확보하면서 스프레드를 낮췄다.
대한민국 정부(외국환평형기금채권)를 제외한 국내 발행사 중 미국 국채금리와의 격차를 10bp대까지 좁힌 건 이번 수은 3년물이 처음이다.
5년물 역시 지난해 26bp로 역사적 저점을 기록한 후 이번엔 21bp까지 스프레드를 낮췄다.
올해의 경우 지난 3월부터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으나 수은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의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발행물의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공정가치(fair value)와 유사한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최근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면서 한국물에 대한 역대급 활황 기류가 한풀 꺾인 듯한 분위기가 드러나기도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전일에는 수은 이외에도 한국전력공사와 KT&G 등 다양한 한국 발행물이 등장했으나 모두 무사히 조달을 마쳤다.
수은의 경우 초우량 기관으로 꼽히는 정부·국제기구·기관(SSA) 발행사로서의 입지를 다진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SSA 투자자들은 아직 한국물은 국책은행과 일부 공기업만을 타깃으로 삼는 터라 다른 발행물과는 투자자군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반도체 산업에 힘입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호조도 흥행을 뒷받침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높여 잡는 등 국가 신인도가 높아진 점도 채권 가치를 뒷받침했다.
물론 이번 발행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긴 했다.
지나치게 타이트해진 한국물 스프레드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아시아 장에서는 이전보다 느리게 주문이 유입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유럽과 중남미, 미국을 거치면서 수요가 더욱 탄탄하게 쌓였다.
특히 그린본드(green bond) 형태를 택한 3년물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기반이 발달한 유럽 기관들의 관심이 높았다.
꾸준히 개척해온 중남미 기관의 호응도 상당했다.
수은은 국내 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중남미 각국 현지 기관을 직접 찾아 IR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대륙으로 넓혀온 투자 저변 확대 기조가 최근의 연이은 흥행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수은은 구소련국이었던 독립국가연합(CIS)으로까지 투자자층을 넓히면서 전 대륙 섭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화권 확대도 드라이브…선조달 흐름 눈길
수은이 공을 들이는 곳 중 하나는 중화권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최근 중국 기관들은 달러채와 이종통화 등을 전방위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수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일찌감치 포착하고 중화권 투자자로의 확대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를 찾아 본토 투자자와의 네트워킹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어 인베스터 콜을 진행해 향후 새 투자 기반 확장에도 집중한 것이다.
수은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처 발굴 효과는 조달 수요 증가와 더불어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수은은 AI 전환(AX) 특별 프로그램과 에너지 안보 등의 정책적 역할 확대 속에서 외화 조달 규모가 늘고 있다.
지난 6월 업데이트한 2026년 자금 조달 계획에서는 올해 조달 목표가 기존 140억달러에서 170억달러로 21% 증가했다.
자금 수요 증가로 물량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 중동 사태까지 재점화하면서 시장 여건 또한 출렁이고 있지만 그동안 꾸준히 넓혀온 투자 저변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모습이다.
통상 대규모 공모 달러채 발행을 1월과 9월 두 차례 진행하던 데에서 올해는 1월과 7월로 시점을 조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최근 글로벌 SSA 발행사들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선조달에 나선 것과 움직임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은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가 주관했다.
출처 : 수출입은행 홈페이지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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