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주문 강도·EUV 생산능력 주목
수주 숫자보다 경영진 발언이 핵심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이 2027년까지 이어질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한국시간으로 15일 오후 2시에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회사가 제시한 2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84억~90억유로, 매출총이익률은 51~52%다. 시장에서는 주당순이익(EPS)이 7.98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매출과 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지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고객사의 주문 강도와 EUV 장비 생산능력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ASML의 장비 매출은 고객사에 장비가 인도되고 설치와 검수를 마친 시점에 인식된다. 실제 주문보다 1년 이상 늦게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당장의 매출보다는 고객사의 투자를 보여주는 주문 흐름과 경영진의 발언이 선행 지표에 가깝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수주 숫자보다 메모리 고객사 투자 기조
가장 먼저 볼 부분은 메모리 고객사의 설비투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지다.
ASML은 지난해 4분기 131억6천만유로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EUV 수주가 74억유로를 차지했고, 연말 수주잔고는 388억유로에 달했다.
당시 ASML은 AI 수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객사의 확신이 높아지면서 중기 생산능력 확대와 장비 주문도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1분기부터는 구체적인 신규 수주액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ASML은 수주가 계속 매우 강하다며 고객사들이 올해와 그 이후의 생산능력 확충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이번 실적에서도 구체적인 수주액이 나오지 않을 경우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 고객사의 투자 강도를 어떤 표현으로 설명하는지가 핵심이다.
ASML은 지난 1분기 상당수 메모리 고객사가 올해 남은 생산 물량을 이미 모두 판매했으며, 대규모 증설에도 공급 제약이 2026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에도 메모리 수요와 주문이 강하다는 평가가 유지될 경우 HBM뿐 아니라 범용 D램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AI 메모리 업사이클이 2027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대로 고객사의 투자 일정이 늦춰지거나 주문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올 경우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AI 설비투자 정점 우려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ASML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메모리 매출 비중 51%…D램 EUV 전환 주목
두 번째는 ASML 장비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과 선단 D램의 EUV 적용 확대 여부다.
지난 1분기 ASML의 시스템(장비) 매출은 63억유로로, 최종 수요처별 비중은 메모리 51%, 로직 49%였다. 직전 분기의 30%, 70% 수준에서 메모리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EUV 장비 매출은 41억유로를 웃돌았다.
시스템 매출 중 한국으로의 매출 비중은 직전 분기 22%에서 45%로 크게 높아져 한국이 ASML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메모리 비중이 로직 비중을 넘어섰다는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에 팔린 장비 비중이 TSMC, 인텔처럼 CPU, GPU등 로직 칩을 만드는 업체에 팔린 장비 비중을 웃돌았다는 의미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 업체의 선단공정 전환과 증설 수요가 본격적으로 장비 매출에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생산하지만, 성능과 수율은 적층되는 D램 다이의 미세공정 경쟁력에 좌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b와 1c D램으로 전환하고 EUV 적용 레이어를 늘릴수록 ASML의 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ASML은 선단 D램 고객사가 신규 공정에서 EUV와 액침형 심자외선(DUV) 장비 채택을 늘리고 있으며, 올해 EUV 매출도 선단 로직과 D램 성장에 힘입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2분기에도 메모리 매출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D램의 EUV 적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와 차세대 D램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ASML이 고객사별 수주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이번 실적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얼마나 많은 장비를 발주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개별 업체보다는 메모리 산업 전반의 투자 강도를 읽는 지표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7년 EUV 80대…증설 병목 풀릴까
세 번째는 EUV 장비 생산능력이다. ASML은 올해 저개구수(Low-NA) EUV 장비를 최소 60대 생산하고, 내년에는 생산능력을 최소 8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TSMC와 인텔, 마이크론 등과 한정된 EUV 장비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ASML이 내년 80대 생산능력 목표를 유지하거나 추가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면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병목 우려도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핵심 부품 공급이나 인력, 설치 일정 등의 제약으로 생산능력 확대가 늦어질 경우 대규모 투자계획이 실제 웨이퍼 생산능력으로 전환되는 시점도 미뤄질 수 있다.
특히 HBM 점유율 확대를 위해 투자를 서두르는 삼성전자에는 EUV 장비 확보 속도가 SK하이닉스 추격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ASML 실적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메모리 고객사의 투자 기조가 유지되는지, 선단 D램의 EUV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지, ASML이 내년 최소 80대의 EUV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세 가지가 모두 확인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호황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장비 시장의 수요를 통해 재확인될 수 있다.
반대로 메모리 주문과 관련한 경영진의 표현이 약해지거나 EUV 공급 확대 계획이 후퇴할 경우 AI 메모리 기대를 선반영한 국내 반도체주에도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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