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국내 양대 지방금융지주인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에 전격적으로 합병을 제안했다. 지방 소멸 위기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 속에서 개별 지방은행의 독자 생존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얼라인 측은 합병 시 총자산 234조 원 규모의 초대형 지방금융지주가 탄생하며, 기업가치는 최대 20조 원대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JB금융과 BNK금융 이사회에 양사 합병의 전략적·재무적 타당성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얼라인 측은 두 금융지주 이사회에 독립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전략 컨설팅사를 자문기관으로 선임해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하라고 요청했다.
합병 타당성 검토 착수 여부는 오는 8월 7일까지 밝히고, 검토 결과와 실행 방안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일까지 양사 홈페이지나 전자공시(DART)에 공개할 것을 덧붙였다.
◇"독자 생존은 '슬로우 데스'…연합형 지주가 유일한 해법"
이번 제안의 핵심 배경에는 지방은행의 구조적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 경제 기반이 지속해서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간담회에서 "지방은행이 개별적으로 독자 존속을 하는 것은 '슬로우 데스(Slow Death)'에 가깝다"며 "인터넷은행 인가나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등에도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지방은행 합산 원화 대출 점유율은 6.0%에 불과한 반면, 시중은행은 약 56%를 차지하며 과점 구도가 고착화됐다.
얼라인 측은 JB금융(호남)과 BNK금융(영남)의 결합이 자기잠식(카니발리제이션) 리스크가 없는 최적의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양사의 핵심 영업 권역이 겹치지 않아 점포나 고객 중복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개 지방은행(전북·광주·부산·경남은행)의 법인과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주사만 통합하는 '연합형 합병지주' 체제를 제안했다. 인력 감축이나 점포 통폐합 없이 지역 밀착 금융의 편익을 유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ROE 12%대로 점프·비은행 시너지…AX 투자 효율화
합병에 따른 재무적 시너지 효과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전산 효율화와 중복 비용 제거 등을 통해 합병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단순 합산 기준 9.1%에서 12.8%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시중은행을 능가하는 수익성이다.
기업가치 상승 여력도 크다고 봤다. 단순 합산 시 10조3천억 원 수준인 시가총액은 사업적 시너지와 4대 시중은행 평균 주가수익비율(P/E) 9.4배 적용 시 최대 20조3천억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산 및 거래 규모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MSCI 코리아 지수 편입도 노려볼 수 있어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AI 전환(AX) 경쟁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 대표는 "AI 시대에 고정비 성격의 IT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두 지주가 4개 은행에 분산된 인프라를 통합하면 중복 투자를 막고 시중은행에 필적하는 투자 체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상호 보완도 장점으로 꼽혔다. JB금융은 캐피탈(JB우리캐피탈) 부문에, BNK금융은 증권(BNK투자증권) 부문에 강점이 있어 합병 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조달 금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현재 AA+ 등급인 JB금융의 신용등급이 합병 이후 자산 규모 확대로 최고 등급인 AAA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 조달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영남(조선·화학)과 호남(자동차부품 등)의 산업 사이클이 달라 여신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는 효과도 언급됐다.
◇"당장 합병하란 것 아냐…검토 거부 시 주주권 행사 고려"
얼라인 측은 이번 서한이 당장 합병을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이사회를 통해 진지하게 타당성을 검토해 보자는 취지임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양사 이사회에 주주 추천 이사들이 대거 진입해 있어 객관적인 검토가 가능한 최적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양사 모두 특정 대주주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고, 최근 주주 추천 이사 합류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얼라인은 JB금융 지분 약 14.8%와 BNK금융 지분 1% 이상을 보유 중이다.
만약 양사 이사회가 8월 7일까지 검토를 거부할 경우의 대응도 시사했다.
이 대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검토 자체를 거부한다면 행동주의 펀드로서 필요한 주주권 행사를 여러 방면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과거 얼라인의 사례를 보면 말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얼라인파트너스 유튜브 채널]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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