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물가상승' 연구서 입증…재정·통화정책 엇박자 논란도
정부 "잠재성장률 반등·양극화 해소 위해 적극재정 불가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경제 성장세가 확대에도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향후 재정지출 확대가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것이 적절한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정책당국은 하반기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운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양호한 세수 여건을 바탕으로 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당국은 이미 내년도 본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800조원+α'로 편성하겠다고 공식화한 상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날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800조원대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재정을 최우선 투입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아울러 국가 성장패러다임 전환, 지방주도 성장, 양극화 구조 개선, 국민안정과 평화 기반 구축을 4대 중점투자 방향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까지 높인 현재 경제 상황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3.1%)과 6월(3.2%) 두 달 연속 3%를 웃돌고 있어 재정지출 확대가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장 재정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경로를 통해 입증이 됐다.
지난해 한국재정학회 '재정학연구'에 게재된 논문 '재정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1% 증가했을 때 소비자물가는 최대 0.15%까지 상승했다.
이 연구는 이준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장성우 연구원, 이형석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수행했다.
지난 2024년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물가 변동 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는 "정부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p) 증가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물가 상승률이 동 분기에 최대 0.2%p 반응한 후 1년여간 영향이 파급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고물가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 재정운용을 고수하는 것은 정책 조합상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화는 긴축하고 재정을 풀면 거시경제 정책이 상충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경제관료는 "정부 내부에서도 적극 재정과 금리 인상이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다대수 전문가들은 중동전쟁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당분간 높은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을 상당 부분 재정과 기업 부문에서 흡수해 국제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여타 국가에 비해 물가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올해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확대되는 점은 물가 상승 요인"이라며 "임금 및 부의 효과가 유례없이 크다는 점은 예상보다 물가 상승 폭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KDI도 지난 8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지속된 고환율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파급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는 점진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정책당국은 하반기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해소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정지출을 늘리면 물가의 수요 측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적극적 재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대응기금이 신설되면 재정을 늘리는 속도가 어느 정도 제어가 될 것"이라며 "일종의 재정 완충장치로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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