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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십조 선물환 거래기관 '깜깜이' 선정…투명성 지적

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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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식·채권은 거래기관 분기별 공개 선정…수백억弗 선물환 '공백'

'외환시장 큰손' 거래기관 자체 선정…전관예우 빈틈 지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대 880억 달러(132조3천억 원)에 달하는 선물환 한도를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외환(FX) 거래를 하는 상대기관을 공개 절차와 투명한 기준에 따라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주식과 채권, 해외 주식과 채권은 거래증권사를 정기적으로 선정해 결과를 공개한다. 하지만 FX 스와프나 선물환 거래는 연금의 담당 실무진이 자체적으로 상대기관을 정해 거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 '큰손'인 연금의 물량을 차지하기 위한 과도한 영업 경쟁이 벌어지거나 사적 이해관계가 운용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공단 제공]

◇ 연금 해외투자·환헤지 늘어나는데…FX만 거래기관 선정 없어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외국계은행 서울지점과 시중은행 일부를 중심으로 FX 스와프와 선물환 거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X 스와프는 현재 시점에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 미리 정한 선물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선물환은 미래 특정 시점에 거래 상대방과 약정한 환율로 외화를 매수 또는 매도하는 거래다. 장외 파생상품 거래로, 연금이 해외투자 자금을 조달하거나 환헤지에 활용된다.

연금은 해외투자 확대로 외화자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금의 외화자산은 5천882억 달러로, 최근 발표한 외환 뉴프레임워크 전략에 따라 한시적으로 환헤지 한도가 15%로 확대한 점을 고려하면 연금은 최대 880억 달러까지 선물환 거래가 가능하다.

만일 전술적 환헤지(±5%)까지 포함하면 전체 환헤지 한도는 20%인 약 1천176억달러(176조4천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연금은 지난해 2월 말 고환율에 대응해 전술적 환헤지 포지션을 150억6천400만 달러까지 늘린 바 있다. 당시 환율(1,459원)로 21조9천억 원 규모다.

이처럼 연금의 외환 거래 규모가 상당하지만, 거래 상대기관을 선정하는 절차가 다른 자산군과 달리 마련돼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주식과 채권, 해외 주식과 채권의 경우 거래증권사를 분기마다 공개적으로 선정한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는 36개, 국내 채권(41개), 해외주식(8개), 해외채권(67개) 등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거래증권사는 연금이 명시한 요건과 평가를 통해 선발한다. 업무처리능력부터 담당인력, 시스템, 운용지원 서비스 등에 걸친 평가 결과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고 최소 거래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FX 스와프나 선물환 거래는 거래기관 선정 절차가 없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외국환은행과 외국환업무취급기관(증권사) 등이 연금의 거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연금의 외환운용과 외환익스포저 관리를 담당하는 외환운용팀이 거래 상대기관을 정하는 데에 상당한 재량을 갖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극적으로 영업이 이뤄진다는 점은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이런 구조는 연금 출신 인력을 영입해 거래 물량을 가져오는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으로도 연결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해 3월 27일 송고한 '개선되지 않는 국민연금 전관예우…외환운용팀서 외국계 메인딜러로' 기사 참조)

외환 거래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주식·채권은 공개 선정, FX만 예외…투명성 보완 요구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 단기자금 등은 거래대상 증권사 선정 기준을 운영하고 있지만, 선물이나 파생상품은 리스크부문장이 기관별 한도를 설정해 내부 기준에 따라 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연금의 거래 규모가 상당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거래 상대기관이 제한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한 거래 계획이 사전에 노출될 경우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 대상기관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거래기관 선정 절차를 두지 않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거래 상대기관을 공개적인 기준에 따라 선정한 뒤 그 안에서 가격 경쟁을 통해 거래 물량을 배분하는 것이야말로 투명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일부 외국계은행을 통해 국민연금 거래 물량이 집중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만큼 현재 방식은 불필요한 추측과 영업 경쟁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연금이 FX 거래를 정해진 절차 없이 특정 기관이나 특정 세일즈 인력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며 "원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역내 안에는 폐쇄적인 구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도 "웬만한 시중은행이나 외국계은행이면 (선물환) 한도가 안 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재는 거래기관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담당자의 권한이 크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은행을 제외하고 국내 은행들 사이에 (선물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물량 배분은 (균등하게)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선물환 만기를 길게 가져가지 않으면서 기관별 가격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연금은 외국계은행처럼 대규모 물량의 가격을 빨리 제시하거나 시장에 영향을 덜 미치는 기관과 거래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래기관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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