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크랩 대표 "美 증시 리레이팅 여지 소진…저평가 아시아 재평가 국면"
[출처: 로베코자산운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조슈아 크랩(Joshua Crabb)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APAC) 주식운용 대표는 미국 증시의 추가 리레이팅(재평가) 여지가 거의 소진된 반면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이익 대비 저평가돼 재평가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AI 관련 주식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AI 랠리가 주춤할 때 최근 저평가된 아시아 시장의 소비재, 헬스케어, 금융 등에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전했다.
크랩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2026년 하반기 글로벌 멀티에셋 전망'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미국과 APAC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다"며 "미국 주식은 추가로 리레이팅될 여지가 거의 없지만 아시아는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증시가 2025~2026년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했음에도 미국 대비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낮아진 '디레이팅(Derating)' 상태라고 지적했다. 핵심 동력은 기업 이익으로, 한국과 대만이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쏠림 현상은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크랩 대표는 "지난 1년 반가량 시장이 'M7(매그니피센트7)' 기업에 편중돼 왔고, 이제 그런 집중도가 아시아로도 확산되고 있다"며 "기술 업종에 대한 시장 집중도는 2000년대 초 IT버블 때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섹터 기준으로 IT가 사실상 모든 것을 평정한 상황이지만, AI 관련주가 조정을 받는 순간 소비재·헬스케어·금융 등에서 기회가 부상한다"며 "아시아는 이들 업종의 가격이 합리적인 저평가 수준에 형성돼 있어 가능성이 좋다"고 말했다. AI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유지하되, 포트폴리오 일부는 AI 관련성이 적고 저평가된 업종에 배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조언이다.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대만 등은 AI 하드웨어 공급망의 최대 수혜국인 동시에, 소프트웨어발(發) 'AI 디스럽션'의 충격에서는 상대적으로 보호받는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AI 디스럽션은 인공지능 기술이 기존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재편하는 현상을 뜻한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진행 중인 밸류업 정책에 대해선 앞으로도 국내 증시의 상승 배경이 될 것이라고 봤다. 크랩 대표는 "AI에 대한 관심이 식으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으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한국은 수출 실적이 강력하고 메모리 기업만 실적을 내는 게 아니어서 AI 관련주가 조정을 받으면 다른 업종이 지수를 떠받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AI 익스포저가 큰 시장이면서도 밸류에이션은 저평가된 '상충된 위치'에 있다는 질문에 크랩 대표는 "이익 배수가 높지 않은 저평가 기업이 20~30%의 이익 성장을 보인다면 디레이팅 가능성은 작아지고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익 급증이 경기 사이클상 고점을 찍고 크게 꺾이는 상황만 아니라면, 시장이 어느 순간 저평가된 가치를 인지하는 국면이 온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권가의 '코스피 1만' 전망이 유효하느냐는 질문에는 변동성의 성격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모멘텀에 기인한 가격 변동성보다 기업 실적 하향 조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이 더 중요한 걱정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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