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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국내투자 나서는 KIC…'종합형 국부펀드' 기대와 우려는

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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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산업 지원하는 국부펀드, 글로벌 추세에 부합

외환보유액 기회비용·투자 대상 선별 기능은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김지연 기자 =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창립 21년 만에 국내 전략투자로 영역을 넓힌다. 위탁받은 자산을 외화자산으로만 운용하던 기존 원칙을 바꿔 국내 전략·기간산업 지분투자에 나선다.

최근 글로벌로 확산하는 '국가 주도 자본주의' 흐름에 맞춰 산업 육성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외환보유액 감소 및 비효율적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KIC는 연내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 개편된다. 이를 위해 기존 외환보유액 위탁계정과 별도로 국내외 전략투자를 위한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한다.

한국투자공사법 제31조 제4항은 '공사는 위탁받은 자산을 외국에서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법 제5항은 '제4항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일시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는 위탁받은 자산을 원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기관에의 예치, 국공채 매입 등 안정적ㆍ중립적으로 운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2005년 7월 법 시행 이래 한 번도 바뀐 적 없던 이들 조항은 KIC의 국내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예정이다.

한국투자공사

◇ 해외 장기자본 유치·전략산업 촉진 기대

가장 기대되는 점은 KIC의 역할 확대에 따른 민간투자 촉진과 해외 장기자본 유입이다.

최근 글로벌 국부펀드는 국가자산 운용을 넘어 전략산업 육성과 경제안보를 위한 장기 투자자로 역할을 넓혀가는 추세다.

해외에서도 국부펀드와 공공투자기관을 활용해 해외 장기자본을 자국 산업으로 끌어들이거나 전략기업을 육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스페인개발금융청(COFIDES)은 지난 5월 카타르투자청(QIA)과 3억유로 규모의 공동투자펀드를 조성해 녹색·디지털 전환과 기술혁신 분야의 자국 성장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자국 공공자본을 기반으로 해외 국부펀드의 장기자금을 전략산업으로 유치하는 구조다.

공공자본이 직접 유망 전략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다.

프랑스 국부펀드(BPIFRANCE)는 자국 인공지능(AI) 기업 미스트랄AI에 초기부터 투자하며 성장을 지원했다. 스페인 IE대학교의 '국부펀드 2026' 보고서는 이를 "공공자본을 바탕으로 기술 분야의 국가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사례"로 소개했다.

이런 사례들은 KIC 역시 국내 전략산업에 안정적으로 자본을 공급하는 동시에 해외 투자자의 공동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진다.

특히 KIC가 지난 21년간 해외 투자 과정에서 구축한 글로벌 국부펀드 네트워크를 국내 전략산업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략산업에 별도의 장기 투자재원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KIC 전략투자계정은 기존 외환보유액 위탁자산과 구분해 운용되며, 첨단·전략산업과 기간산업, 해외 공급망 등 국가경쟁력과 경제안보 관련 분야에 장기 인내자본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자 규모가 크거나 회수 기간이 길어 민간자본만으로는 충분히 투자되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국부펀드가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 것인가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며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영역에 국가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활용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외환보유액 운용의 기본 원칙은 유동성과 안정성, 수익성"이라며 "새로 추진되는 전략투자는 이러한 목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을 지켜봐야겠지만 기존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전략투자계정으로 이관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며 "정부출자 등 외환보유액과 전혀 다른 재원으로 전략투자계정을 조성한다면 이는 기존 외환보유액을 훼손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새로운 재원을 바탕으로 KIC의 역할과 운용 기반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2026년 5월 말 기준 한국투자공사 투자 성과 현황

한국투자공사

◇ 외환보유액 감소·투자 대상 선별 기능 우려

반면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외환보유액 감소 가능성이다.

이러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 KIC의 국내투자 문턱을 낮추는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을 때도 같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2월 제출한 검토보고서는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외환보유액의 유동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국민성장펀드와의 역할 중복 가능성을 함께 지적했다.

국회사무처는 "원화자산은 국가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외환시장 안정화 자금으로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국내 투자 규모를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국민성장펀드와 영역이 중복돼 비효율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방화벽이 필수라며 회계처리에서 기존 외환보유액 위탁계정과 신설되는 전략투자계정을 엄격하게 구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략투자계정의 재원이 정부출자와 기부금, 운용수익으로 구성되는 만큼, 계정이 신설되지 않았다면 이 재원이 외환보유액으로 쌓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부 기회비용은 불가피해 보인다.

투자 대상을 가려내는 선별 기능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국부펀드가 생산성이 높고 유망한 투자 대상을 가려내는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 부문의 옥석 가리기 능력이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지목하며 성과에 책임을 지는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탄탄한 사업이 있다면 민간이 당연히 투자할 텐데, 민간이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재원 배분의 기준과 경험 측면에서 공공 부문이 민간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인프라를 마련하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자기 돈을 투자하는 것처럼 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두고 투자 활동을 해왔던 KIC에 새로운 사명이 부여되는 데 대한 걱정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KIC는 재무적 투자자(FI)로서의 투자에 대해서만 숙련된 조직"이라면서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반도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 전략적 투자자(SI)로서의 고민을 해보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다"며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아울러 국부펀드가 민간 자금의 위험 부담을 덜어주는 '후순위 보강'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IC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서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KIC의 적극적인 역할을 확대하겠다"며 AI(인공지능)와 반도체, 공급망 등 전략산업 직접 투자를 검토하고, 국내 운용사 SMA(별도운영계정) 약정을 통한 간접투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전략적 투자 현황과 계획을 논의했다.

hskim@yna.co.kr

jykim2@yna.co.kr

김학성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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