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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아웃은 멀었다…IDC "메모리 변곡점, 2028년 하반기 이후"

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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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데이터는 '부족 심화' 가리켜

가격·수급 디커플링…"제조사, 가격보다 물량 통제 선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둘러싼 시장의 질문이 '얼마나 더 오를까'에서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지난달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출단가가 전월보다 소폭 낮아지면서 메모리 가격 고점 통과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역대급 2분기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가가 하락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현재의 이익보다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성과 향후 실적 증가율로 옮겨갔다.

그러나 수급 지표를 들여다보면 그림은 다르다. 가격 상승률이 낮아지는 것과 메모리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점 통과 우려와 반대로 가는 수급 지표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 8일 '메모리 시장 전망: 공급 부족은 언제 끝나는가'라는 주제의 웨비나에서 타이트한 공급으로 메모리 시장의 변곡점이 2028년 하반기 이후로 밀렸다고 진단했다.

IDC의 6월 전망에서 D램 수급충족률은 지난 3월 전망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D램 공급 부족률은 2027년 4분기 13% 안팎까지 확대되고, 낸드플래시도 2027년 내내 3~4%대의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D램 생산 증가율은 올해와 내년 모두 수요 증가율을 밑도는 반면, 낸드는 생산이 수요를 대체로 따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정점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D램을 중심으로 부족이 더 깊어지는 구간이라는 의미다. IDC는 올해와 내년을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겹치는 역사적 고성장 구간으로 규정했다.

공급 부족의 배경에는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선 생산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IDC에 따르면 D램 생산능력이 10% 가까이 늘어나더라도 이 가운데 30% 이상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SOCAMM 등 AI용 제품에 배정된다. 상당 물량은 다년 장기공급계약(LTA)으로 이미 선점된 상태다. 공장과 장비를 늘려도 범용 D램 시장에 풀릴 여유 물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낸드 역시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의 신규 팹을 제외하면 대규모 증설이 거의 없다. 빅테크의 투자 증가율이 다소 둔화하더라도 범용 시장으로 돌아갈 공급 자체가 충분하지 않은 구조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4

[SK하이닉스·삼성전자 제공]

◇ HBM이 생산능력 잠식…장기계약으로 물량 선점

수요의 중심도 모바일과 PC에서 서버와 기업용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IDC는 2030년 D램 수요에서 서버와 HBM 비중이 60%를 넘고, 낸드에서도 기업용 SSD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가 소비자 전자제품용 부품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지탱하는 기반 인프라로 바뀌면서 신규 공장 가동만으로 공급 부족이 빠르게 해소되던 과거와 다른 사이클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3월 첫 5년 만기 전략적 고객계약(SCA)을 체결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계약을 16건으로 늘렸다. 이 가운데 14건은 남은 계약기간 동안 계약상 최저가격을 적용한 누적 매출액이 약 1천억달러에 달한다.

체결된 계약은 계약기간 중 마이크론 D램 물량의 약 20%와 낸드 물량의 3분의 1을 포괄한다. 마이크론은 계획한 계약 체결이 모두 마무리되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SCA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계약은 고객이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테이크 오어 페이(Take or pay)' 방식이다. 분기별 가격 협상이 중심이던 메모리 시장이 수년 치 물량을 선점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IDC가 LTA를 안정적인 물량 확보의 필수 조건으로 지목한 것과 맞닿아 있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장기계약을 맺지 못한 고객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제프리스는 메모리 가격이 올해 하반기에도 큰 폭으로 오르고 2028년까지 뚜렷한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트너는 생산능력 증가분 상당량을 HBM이 흡수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더 조여질 것으로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공급망 정상화 시점은 빨라야 2028년 초로 제시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격 상승 둔화와 공급 부족 해소는 별개

주목할 대목은 가격과 수급의 '디커플링'이다.

IDC는 메모리 가격 인상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가격이 수급충족률과 별개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올해 들어 서버용 D램 계약가격이 분기마다 큰 폭으로 오른 만큼 향후 상승률이 둔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일부 제품 가격이 전월이나 전분기보다 낮아지더라도 절대가격이 역사적 고점권에 머물고 공급 부족이 계속된다면 이를 업황 반전의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제조사의 전략도 가격 인상에서 물량 통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을 무한정 높이면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 기기 제조사의 수요 저항이 커질 수 있다. 대신 제품과 고객별 공급량을 조절하고, 장기계약을 맺은 전략 고객에게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수는 남아 있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의 실적 발표와 AI 투자계획은 수요 지속성을 확인할 분수령이다. 고가 메모리가 소비자 제품의 원가 부담을 키워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가격 상승률 둔화와 공급 부족 해소를 같은 의미로 봐서는 안 된다. HBM의 기술적 제약과 높은 웨이퍼 투입량, 장기계약 확대가 범용 메모리 공급을 계속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겸 IDC 부사장은 "메모리 사이클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보다 지속 기간이 길어지고 전략적 성격도 강해졌다"라며 "메모리 시장의 변곡점은 1년가량 늦춰져 2028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는 완만한 조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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