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레포펀드가 속속 체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레포펀드가 통상 금리인하기의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 여겨지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여기에는 여전채 금리가 크게 치솟은 상황에서 향후 일정 수준 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수익 구간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1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설정된 레포펀드는 수천억 원 수준에 달한다. 일부 펀드는 건강보험공단 등을 수익자로 두고, 다른 금융기관들도 수익자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펀드가 주로 찾는 채권은 여전채 1.5년~2년 구간으로 알려졌는데, 1.5년 'AA-' 캐피탈채의 민평금리는 올해 1월 중순(3.063%) 대비 전일 4.375%로 130bp가량 치솟았다.
향후 여러 차례 인상 전망이 시장금리에 선반영된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여전채를 살 경우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레포펀드는 통상 'AAA'등급 공사채 등 저위험 채권을 사고, 이를 담보로 여전채를 추가 매수한다. 여전채를 담보로 한 차례 다른 채권을 더 사기도 한다. 다만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는 일부 레포펀드는 처음부터 여전채를 사고, 이를 담보로 레포 자금을 조달해 다른 여전채를 사는 형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지만, 레포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이 늘수록 금융시스템 차원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여전채는 조달 저변이 넓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작년 말 한은이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투자펀드의 RP매도 규모는 119조1천억원으로, 전체 RP매도 잔액의 66.5%에 달했다. 자산운용사 RP매도 잔액에서 익일물 비중이 81.6%인 점을 고려하면 매일 상당 규모의 펀드 자금이 롤오버되는 구조다. 유동성 충격에 상당히 민감한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목전에 둔 현재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더 오를 경우 펀드 손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어서다.
지난달에는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상호금융기관과 은행 등을 수익자로 둔 레포펀드를 중심으로 환매가 쏟아지기도 했다.
작년 하반기 설정된 일부 손익차등형 레포펀드의 경우 2종 수익자의 원금 전액 손실에 이어 1종 수익자까지 평가손실이 전이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화당국자들의 경고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후보자 시절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질의에 "RP매도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는 기본적으로 단기 조달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 심화 시 유동성 애로로 차환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며 "이는 다시 RP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관련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채권시장의 한 참가자는 "다음 날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작년 하반기 설정한 레포펀드의 상당수가 역마진 구간에 들어서게 된다"며 "통화정책을 예단하고 위험을 키우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hwroh3@yna.co.kr
노현우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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