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6일 서울 채권시장은 한국은행의 첫 기준금리 인상을 소화하며 신현송 한은 총재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인상 행보 자체에는 한은이 오해의 여지가 없게 강한 신호를 줬다. 지난 5월 초 유상대 한은 부총재의 인상 필요성 언급에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두 명의 인상 소수의견, 창립기념사 등 가용한 모든 소통 기회를 활용했다.
채권시장도 인상을 충분히 준비했다. IRS 1년 금리는 3.46%로 기준금리를 100bp나 웃돌고 있다. 통화정책 외에도 다른 요인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략 서너차례 인상 경로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장이 궁금한 것은 다음에 언제 올릴지다. 최종 기준금리와 관련해서는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 흐름을 추산해봐야 하는데 변수가 너무 많다. 당장 인상 속도로 미뤄 짐작해보는 셈이다.
◇ "백투백 인상 안 할 것 같지만"…통화 당국자도 옵션은 소중해
채권시장 참가자뿐만 아니라 통화정책 당국자 입장에서도 옵션은 소중하다. 본래 보유하던 옵션을 프리미엄을 받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전략상 좋지 않다.
'백투백 인상은 절대 아니다'는 말을 꺼냈을 경우 통화 당국자가 얻게 되는 효용 대비 포기하는 가치가 더 크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인상기는 일회성 인상이 아니고, 물가가 명목 GDP 급증에 생각보다 끈질겨 보인다는 점에서 통화당국의 결의는 강할 수밖에 없다.
통화당국의 강인한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투영되는 주요 경로는 채권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투백 가능성 자체를 닫아버리는 건 긴축 정책 효과를 줄일 수 있어서다.
지난주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통화정책 성명서에 따르면 위원들은 향후 회의들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에 동의했다며 시기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명시했다.
바로 다음에 올리겠다는 신호를 주지 않았지만, 채권시장은 9월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국내의 경우 분기별 점진적인 인상을 예상하지만, 백투백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닫아둘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
RBNZ
◇ 통화당국이 염두에 두는 선…빠르게 올리지 않을 이유
인상 속도 관련 국제결제은행(BIS)의 조언도 눈길을 끈다. BIS는 플래그십 리포트인 연간 보고서에서 최근 중앙은행들이 직면한 도전 등을 언급했다. BIS 출신인 신 총재의 견해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어 보인다.
BIS는 정부 등 늘어난 공공부채는 통화 긴축의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부채 증가와 금리 인상은 국채 금리를 끌어오려, 채권을 매수하는 주체의 소득을 늘리는 효과도 있어서다.
반면 최근 국채 관련 금융기관 등의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난 점은 통화 긴축에 따른 채권시장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
통화당국이 인플레 위험에 과소 대응할 경우 인플레 억제 효과가 작을 수 있고, 과잉 대응할 경우 시장이 크게 흔들릴 위험을 동시에 지게 되는 셈이다.
BIS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불확실성이 있는 시기에 금리 인상에 점진적인 행보가 선호될 것이라며 다만 통화정책이 시장 불안 우려 등에 제약되는 인상을 준다면 인플레이션 기대 안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신중한 대응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유로 볼 수 있다.
BIS
◇ 통화정책 성명서 과거엔 어떻게 바뀌었나
지난 2021년 한은 소통 방식에도 눈길이 간다. 금리 인상기 초반 질서 있게 긴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현재 시사점이 있다.
당시 한은은 8월에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성명서에서 다음 행보와 관련해서는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여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현재의 경우 중립 금리 추정 범위의 중간에서 다소 긴축 구간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번 성명서에서도 추가 인상 시기 관련 단서는 크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성장세 관련 문구에도 관심이 간다.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인 2.6%를 다음 전망 시기인 8월 상향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중동 전개 재개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미리 신호를 강하게 주는 것도 전략상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로 힌트가 나올지 관심이 간다.
물가 표현과 관련해서는 유가가 5월보다 다소 하락한 상황에서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측 압력'에 대한 표현이 강해질지가 눈길을 끈다.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은 오전 10시30분경 공개된다.
한국은행
◇ 마라도나 효과 유효성 강화하려면
아르헨티나가 영국을 꺾고 월드컵 결승에 오르면서 마라도나의 과거 활약도 재소환되는 분위기다. 통화 당국자 입장에서는 첫 인상 전후로 마라도나 효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 수도 있어 보인다.
마라도나 전략은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2005년 통화정책과 기대관리를 설명하면서 시장에 알려졌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영국 수비수 5~6명을 제치고 50~60미터를 단독 드리블해서 골을 넣었다. 드리블 궤적은 직선에 가까웠다. 수비수들이 '이번엔 오른쪽, 다음엔 왼쪽으로' 꺾을 것이라 예측하며 움직인 사이, 오히려 그 직선의 길이 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킹 총재는 이처럼 중앙은행이 인플레 목표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 시장이 믿는 순간, 그 기대가 자산 가격에 선반영되면서 긴축 효과가 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hwroh3@yna.co.kr
노현우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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