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개정되면 인텔 SCIP 벤치마킹 가능
출처: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금융권이 SK하이닉스 팹(반도체 제조공장) 지분에 투자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정치권에서 합작투자가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체투자운용사와 손잡아 팹을 짓는 인텔의 '반도체 공동투자 프로그램(SCIP)'이 국내에서도 실현될 수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인 팹이 데이터센터와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금융권 투자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산업통상부 등과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현행 100%에서 50%만 소유해도 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다만 증손회사는 비수도권 지역에 주사무소를 둬야 한다.
사실상 SK하이닉스를 지원하는 개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인 SK㈜의 손자회사다. SK하이닉스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목적으로 400조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 순이익(약 43조원)의 9배를 넘어서는 규모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이다.
이때 자산운용사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고, SK하이닉스와 공동 출자해 팹을 소유·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K㈜의 증손회사)을 세우면 SK하이닉스의 부담이 줄어든다. 운용사(GP)와 출자자(LP)는 메모리 호황 특수를 누릴 수 있다.
이런 구도는 인텔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인텔은 지난 2022년 8월에 업계 최초로 반도체 공동투자 프로그램(Semiconductor Co-Investment Program)을 발표했고, 세계 최대 대체투자운용사 중 하나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의 인프라 계열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인텔과 브룩필드는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제조 역량을 확장하는 데 최대 300억달러(약 44조6천억원)를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자금 중 인텔은 51%를, 브룩필드는 49%를 부담하는 구조로, 라자드 프레르가 재무자문을 맡았다.
이 거래로 인텔은 자금조달 비용을 아끼면서도 최첨단 팹 2기에 대한 통제권을 소유하게 됐다. 당시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반도체 제조는 세계에서 가장 자본집약적인 산업 가운데 하나"라며, 브룩필드와의 계약으로 생산능력을 늘리면서도 재무적 유연성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인텔은 글로벌 운용사 아폴로와도 반도체 공동투자 프로그램 계약을 맺었다. 2024년 6월, 아폴로는 인텔로부터 아일랜드 소재 팹34와 관련된 합작법인 지분 49%를 110억달러(약 16조4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로부터 재무자문을 받으며 두 번째 SCIP 계약을 맺은 인텔은 최첨단 유럽 제조시설을 운영하면서도, 여유자금을 확보해 다른 사업에 재배치할 수 있었다. 아폴로의 경우 계약 2년 뒤인 올해 4월에 인텔에 지분 49%를 142억달러(약 21조1천억원)에 재매각하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SK그룹은 이미 국내 인프라 분야에서 글로벌 금융자본과 협력 중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중 하나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국내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SK에코플랜트·SK디스커버리 등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산을 통합법인에 매각하고, 통합법인의 지분은 KKR이 51%, SK㈜가 49%를 보유한다. 초기 경영권은 KKR이 갖지만, SK㈜는 추후 협상을 통한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거래로 SK그룹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일원화하고 개발부터 건설·운영·유지보수까지 통합해 운영하게 됐다. 또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과 순차입금 증가 우려를 낮춰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됐다. KKR 입장에선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성장하게 될 국내 전력시장에서 투자수익을 올릴 기회다. KKR은 2011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약 310억달러(약 46조1천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현재 1천억달러(약 148조9천억원) 이상의 관련 인프라를 운용 중이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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