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자신의 성공을 미국과 떼어 놓고 말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버핏은 2021년 발간한 주주 서한에서 그 해 미국 연방정부에 납부한 연방소득세가 33억 달러였다고 밝혔다. 총연방소득세 수입이 4천20억 달러였으니 기업 한 곳이 무려 세수의 0.8%를 부담했다. 버핏은 이를 빗대어 버크셔 주주들은 "나는 이미 회사에 납부했습니다"라고 말해도 된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버핏은 자신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주주 서한에서 "우리 주주들은 버크셔가 그동안 미국에서 사업을 한 덕분에 크게 번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반면 미국은 버크셔가 없었더라도 1965년 이래로 크게 번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버크셔는 미국에서 사업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모습 근처에도 절대 이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기를 보면 감사의 뜻을 표하십시오." (워런 버핏 바이블, 에프엔미디어)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호남, 충청, 영남을 잇는 첨단 반도체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핵심 인프라를 국가가 뒷받침하는 초대형 산업전략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초대형 장기투자를 약속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투자 현황을 챙기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했다.
이날 발표에 놀란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인접 국가인 중국 매체들은 한국이 AI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에 대해 '국가적 도박(승부수)'이라고 표현하거나 'AI투자를 위한 총동원령', 'AI시대의 유전 만들기'라는 평가에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이번 결정에 대한 놀라움과 당혹감이 스며있다.
우리의 역사에는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수출이라고는 고작 가발, 신발, 베니어 합판 등이 고작이었던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1월 12일 연두기자회견에서 1980년대 초까지 수출 1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천달러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1972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318달러, 국가 총수출액이 16억달러에 불과했던 나라에서 제시한, 황당한 목표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수출 100억 달러와 1인당 국민소득 1천달러는 1977년으로 3년 앞당겨 달성했다. 정부는 수출 활성화를 위해 종합상사를 장려했고 포항제철 등 중화학 설비 건설과 가동을 진두지휘했다. 독일이 11년, 일본이 16년 걸린 과정을 불과 7년 만에 해낸 우리나라를 향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형 테크노크라트(기술전문관료)의 효시로 불리는 오원철씨를 대통령 경제 제2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해 중화학공업화를 직접 챙겼다. 이후 우리나라는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수출중심 경제의 틀을 마련해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직접 챙기겠다면서 청와대에 담당비서관을 두겠다고 한 것도 이런 전례를 참고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강의 기적으로 가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는지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후세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문득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과거 만났던 한 기업인이 해줬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기업하기 좋은 곳이 경상북도 구미시라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산업화를 독려하던 박정희 대통령이 수시로 내려와 민관합동회의를 열었던 곳이어서 이곳 공무원들은 기업 민원에 대해 즉시 처리하는 관행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민원을 제기해도 처리 속도가 남달랐다고 그는 말해줬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국가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규모가 규모인 만큼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 SK, 현대차 등이 투자 일선에 나서는 만큼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해외 경쟁국가에 밀리지 않는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유입될 전력 공급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 사례는 정부와 지자체의 유능함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1970년대 산업화 이후 반세기 만에 맞이한 AI 대도약의 시기를 이끌 유능한 정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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