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사용료 과도하면 사익편취 수단 가능성
사업기회 유용문제도 지적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대기업집단 상표권 거래관행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상표권 사용료가 적정한지 등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향후 사익편취 제재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표권 거래가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나 공정위가 이를 제재한 적은 없었다. 상표권 사용료가 과도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부재했던 탓이다.
공정위가 상표권 사용료가 적정한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가 기준 등을 확정하면 부당한 상표권 거래를 제재할 길이 열릴 수 있다.
◇ 상표권 사용료, 지주사 배당 외 수익 중 가장 큰 비중 차지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CJ와 한화 등 일부 대기업집단 현장조사에 착수해 상표권 거래를 면밀히 살펴봤다.
상표권 거래는 주로 그룹 지주사와 계열사 간 이뤄진다. 계열사가 상표권을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주사에 지급한다.
상표권 사용료는 지주사의 배당 외 수익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지주사 수익구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환집단 대표 지주사의 매출액 중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1.5%를 기록했다.
분석대상은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 중 총수 있는 전환집단 43곳이다. 이는 공시집단 92곳의 약 50%에 해당한다.
공시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전환집단은 공시집단 중 지주사와 소속 자·손자·증손회사 자산총액 합계액이 기업집단 전체소속회사 자산총액 합계액의 50% 이상인 집단이다.
전환집단의 70%는 배당 외 수익을 수취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항목은 상표권 사용료였다. 그 합계액은 1조4천4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3.0%를 차지했다.
◇ 사익편취로 제재할 길 열리나…사업기회 유용도 제재대상
상표권 거래는 사용료가 적정하면 정상거래일 수 있다. 하지만 계열사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에 사용료를 지나치게 지불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표권 거래가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 등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상표권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쉽지 않아 사용료가 부당하게 높은 수준인지 등을 판단하기 모호했다.
공정위가 상표권 거래에서 사용료가 과도하다고 보고 제재한 사례도 없었다.
공정위가 최근 심사관 단계에서 기업 상표권 사용료의 정상가 기준을 수립했는데 이 같은 작업을 마무리하면 상표권 거래를 제재할 여지가 생긴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3일 송고한 '공정위, 기업 상표권 사용료 정상가 기준 첫 마련' 기사 참고)
먼저 사익편취 제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거래법 제47조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는 총수일가가 20% 이상 주식을 소유한 회사 또는 그 회사가 50%를 초과해 주식을 소유한 자회사와 거래하며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면 안 된다.
따라서 계열사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에 상표권 사용료를 과도하게 지급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
특히 사업기회 유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열사가 보유한 상표권을 무상 또는 저가로 지주사에 양도하면 상표권 수취 기회를 지주사에 이전하는 것이니 사업기회 제공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47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면 안 된다.
상법 제397조의2에서도 이사는 이사회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 안 된다고 정했다.
전문가들은 상표권 이전 거래가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상표권 거래에서 사용료가 적정하지 않으면 부당지원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상표권을 무상 또는 저가로 이전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문제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대기업 아니더라도 제재대상…상표권 사용료 지급하지 않아도 문제
공정거래법 제47조는 공시집단을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아니더라도 상표권 거래를 부당지원 등으로 제재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45조에 따르면 사업자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며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면 안 된다. 무체재산권은 상표권, 특허권, 저작권 등을 말한다.
반대로 계열사가 상표권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공정위가 제재한 사례도 있었다.
셀트리온은 자신이 보유한 셀트리온(CELLTRION) 상표권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셀트리온스킨큐어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스킨큐어에 각각 2억3천만원, 3천만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
공정위는 셀트리온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스킨큐어는 동일인(총수) 지분율이 높은 회사였다. 셀트리온은 2023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현재 상표권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이 없다고 답했다.
ygkim@yna.co.kr
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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