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 3번·'주의' 4번…수요 물가 경계
"지표에 무게 두겠다" 데이터 디펜던트
*그림*(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앞으로 있을 몇 차례 회의가 다 살아있는 회의, '라이브 미팅'(Live Meeting)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겠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강조한 핵심은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였다.
지난 5월 첫 금통위에서는 물가·성장·금융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가 같은 방향으로 뛰고 있다며 금리 인상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했다면, 이날은 그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갈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신 총재는 통화정책방향을 유조선에 비유했다. 쉽게 방향을 바꾸기 어렵지만, 한번 전환하면 큰 궤적을 그리는 정책 경로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긴축 전환을 시작한 시점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신 총재는 질문을 받은 뒤 잠시 말을 고르거나, 답변에 앞서 성장·물가·금융안정 논리를 다시 짚기도 했다. 인상 기조는 분명히 했으나 다음 달 연속 인상 여부는 단정하지 않았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으로, 금통위원 7명 전원일치로 결정됐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의 경로는 사전에 결정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나올 중요한 데이터가 많아 어느 한쪽으로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방향은 정해졌지만 속도는 열어둔 셈이다.
◇'간과' 3번·'주의' 4번…수요 물가 경계
이날 신 총재는 수요 측 물가압력을 설명하면서 '간과'라는 단어를 세 차례 반복했다.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으로 국내 소득이 빠르게 늘고, 이 소득이 내수로 파급돼 물가압력을 높이는 경로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가운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2% 급증했다. 신 총재는 "이런 식으로 소득 개선이 아주 강하게 현실화한다면 수요 쪽에서 오는 물가 상승 압력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코로나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수요 측 압력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신 총재는 "연준에서는 일시적이라고 하며 수요 측 압력을 간과한 면이 있었다"며 "그게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이를 제어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례적인 상황에서 수요 쪽에서 오는 압력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데 금통위 전체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지표를 설명할 때는 '주의' 또는 '주의 깊게'라는 표현을 네 차례 사용했다.
신 총재는 이달 공개되는 2분기 국민소득 통계에서 GDP와 GDI 성장세가 이어지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는 "1분기의 유례없는 수치가 조정되는지, 아니면 수출이 워낙 잘돼 계속 유지되는지를 주의 깊게 보겠다"고 말했다.
내달 4일 발표되는 7월 물가지표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좌우할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를 주시하겠다고 했다. 높은 수준의 환율과 수입물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대출도 유의할 부분으로 지목했다.
2026.7.1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속도 조절, 자전거 아닌 큰 유조선 타는 것"
신 총재는 통화정책의 속도 조절을 자전거와 유조선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속도라는 것은 모든 통화정책의 경로를 감안해 정책을 써야 하기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고 큰 유조선을 타는 것"이라며 "하루 이틀이나 며칠 사이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이달에 이어 다음 달에도 금리를 인상하는 '백투백'(back-to-back) 가능성은 열어뒀으나, 8월 금통위까지 나오는 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가 결정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도는 기간도 통화정책 대응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근원물가는 통화정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궤도가 바뀌게 돼 있다"며 "통화정책을 잘 쓴다면 오랫동안 목표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되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앞으로 입수될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고환율도 금리 속도 가를 변수
1,400원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는 고환율도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다.
신 총재는 "환율이 몇 주 전보다는 안정되는 모습이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수입물가도 최근 다소 내렸지만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수입물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환율이 수입물가를 통해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금통위가 계속 살펴볼 부분이다.
한은은 소득과 자산 여건 개선으로 주택 매수 여력이 확대되면서 수도권 집값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질 수 있고,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압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성장·물가·금융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는 지난 금통위에 이어 이날도 '금리 인상' 방향으로 뛰는 모습이다. 다만 앞으로는 어느 속도로, 어느 보폭으로 뛰게 될 지 주시해야 한다.
향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의 데이터에 따라 '백투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눈을 크게 뜨고 신 총재의 '살아있는 회의'를 찬찬히 지켜볼 전망이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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