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기술혁신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식의 '쥐어짜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생성형 AI가 경제 전반의 기술 효율성을 높이면서 생산성도 개선될 것이란 일각의 추측을 반박한 결과다.
유럽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 1.5% 수준이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팬데믹 기간 급격한 변동을 보이다 2022년 이후 급격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2023년 초부터 올해 1분기까지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5%로 이전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CEPR는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FTP)으로 분해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분석했는데, 2023~2026년 기간 TFP는 이전보다 0.8%포인트(p) 상승했고, 자본 심화 기여도는 0.3%p 기여했다. 반면 노동 구성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노동생산성 증가의 가속화를 대부분 TFP가 이끌었다는 결과다.
CEPR는 챗GPT가 출시된 2022년 말을 기점으로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측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실제 기업들의 입장은 달랐다고 전했다.
많은 기업은 설문에서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고, 추세도 뚜렷하지 않으며 실제 기술 변화에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CEPR는 오히려 AI가 가져올 대대적인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고용 확대나 대규모 장기 투자를 주저하고 있고, 주문 확대 등에 맞추기 위해 기존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거나 기존 설비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혁신이 효율성을 높인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확대와 수요 대응을 위해 기존 노동과 설비를 더 쥐어짠 결과라는 것이다.
노동이나 자본 총량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아웃풋만 늘어나면서 TFP가 상승하는 왜곡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CEPR는 AI 확산에 따른 '진짜' 기술 혁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지만, 쥐어짜기 방식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 비용 상승을 초래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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