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지은 기자 = 17일 아시아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일제히 폭락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일본의 키옥시아가 16% 넘게 폭락하고 대만의 TSMC가 6% 이상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에서는 반도체주 매도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일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연간 지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투심을 짓눌렀다. TSMC는 2026년 지출 전망치를 기존 520억~560억 달러에서 600억~640억 달러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타이거 브로커스의 제임스 오이 시장 전략가는 "이번 매도세는 반도체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가 올해 들어 상당한 상승세를 보인 후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견조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추가 상승 여력을 충분히 제공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퍼스톤 그룹의 딜린 우 전략가는 "TSMC의 실적은 모든 주요 지표에서 견조했다"면서도 "(반도체주 약세는) 포지셔닝과 기업 가치 평가, 이미 완벽한 상태를 반영해 가격이 형상된 시장에 몇 가지 우려 사항들이 부딪힌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TSMC 지출 전망 상향과 함께 전일 구글이 AI 제미나이 모델의 출시를 미뤘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투매에 휩싸인 것도 아시아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구글은 지난 5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AI 모델 제미나이 3.5프로 출시를 8월로 예고했었으나 현재 수개월 밀린 상태다.
이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4% 넘게 떨어졌고,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 주요 반도체 관련주도 일제히 크게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29% 급락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미국 수석 전략가는 미국 반도체주 약세에 관해 "단기적으로 경제가 약간 둔화될 수는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시장의 조정 기간이 특정 부문의 거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계속되는 점 역시 고유가 지속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러와 반도체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25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0.99% 오른 배럴당 79.73달러에, 브렌트유 9월물은 0.85% 오른 84.95달러에 거래됐다.
미 중부사령부의 이란에 대한 최신 대규모 공습 완료 발표에도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시리아 알탄프에 있는 미군 지휘센터를 공격하고 미군의 이란 남부 교량을 공격하는 등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최근 들어 일본의 닛케이 지수와 깊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코스피 지수를 포함한 한국 증시가 이날 휴장한 점도 일본과 대만 등의 반도체주 낙폭을 키웠다.
그 밖에 이날 오전 상하이에서 2026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재정 지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도 중국과 홍콩 반도체주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시장에서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달 말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IG 인터내셔널의 파비앙 입 시장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면서 자본 지출 전망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실적 발표 시즌 동안 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및 반도체 관련 투자가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사진 제공]
jepark2@yna.co.kr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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