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정수인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제 살았다는 느낌이에요. 오늘은 정말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16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바닥에 앉아있었다. 오랜 불안과 긴장 속에 지켜 있던 이들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 시간 뒤, 이 자리는 눈물바다가 됐다. 서로를 끌어안고, 꽉 쥔 주먹을 하늘로 높이 들어올렸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뻗어 박수를 쳤다.
이 자리가 낯선 사람들이 아니었다. 노조는 지난 3일부터 여의도 사옥 앞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터였다. 벌써 2주째, 비가 오든 볕이 뜨겁든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오늘에서야 눈물의 이유를 바꿀 수 있었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최소한의 숨통을 틔울 긴급운영자금(DIP) 2천억 원을 확보했다.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을 대고, 김병주 회장과 MBK파트너스가 전액 연대보증을 서는 조건이었다. 메리츠증권·캐피탈·화재 세 계열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자금 조달을 승인하면서 결렬 직전까지 갔던 조달 문제가 극적으로 풀렸다.
이 소식이 이종성 노조위원장 입을 통해 전해지자 집회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맨 첫 줄에 있던 한 근로자는 감격에 겨워 이 위원장을 끌어안았다.
작년 9월 이미 정년 퇴직한 한 근로자도 이 자리에 있었다. 그는 "회사가 어수선한 사이 퇴직해서 남은 직원들에게 미안했다"면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각오로 하루도 안 빠지고 나왔는데, 오늘 같이 기뻐할 수 있어 아주아주 행복하다"고 눈물을 닦았다.
곳곳에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고 손을 맞잡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그동안 고생했다"는 위로를 건넸다. 그 한마디에는 지난 2주간 함께 버텨온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최소한의 운영자금을 확보하며 홈플러스는 벼랑 끝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하며 회생절차를 이어간다. 지난 13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 대형마트 점포들도 법원의 결정이 나오는대로 영업 재개 절차를 밟는다. 회사는 이와 함께 구조혁신 작업 및 본사·대형마트·온라인 등 잔존 사업부문의 매각을 추진하며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과제는 영업 및 상품 공급 정상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집회가 끝난 뒤 "물품만 공급이 된다면 임시 휴업 중인 67개 매장은 2주 안에 고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낙관은 이르다. 이미 점포 축소와 영업 중단으로 시장 경쟁력이 약화된데다 협력사와 소비자 신뢰 회복까지도 갈 길이 먼 탓에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으로 당황한 협력사들이 납품대금 회수를 걱정해온 만큼 운영자금 확보를 넘어 신뢰 회복이 이뤄져야 상품 재공급도 원활해질 전망이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걱정을 잠시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았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단체 사진을 찍던 이들은 함께 구호를 외쳤다. "홈플러스 살려냈다, 홈플러스 살려냈다!" (정수인 산업부 기자)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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