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5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 반도체 수출에서 발생하는 부(富)에 기반한 국민배당금을 제안하는 글을 썼다가 논란이 일고 시장이 출렁이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른 일이 있었다.
국민배당금의 재원이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윤'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정부가 사기업의 주머니를 좌지우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파가 커지자 다음날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서 '초과이윤이 아니라 초과세수'라고 바로잡았고, 논란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 최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 구분이 다시 흐려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토론회에서 "기업이 거둔 천문학적 성과는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라며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만들어내는 이익의 총량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7.14 ryousanta@yna.co.kr
김 장관은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는 우리 사회의 여러 요소와 이해당사자의 목록을 일일이 열거했다.
기업의 혁신과 노력, 노동자의 헌신, 정부의 인프라 지원과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송전탑 갈등을 겪은 지역민의 외침과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의 이름까지 언급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긴 목록에는 주주가 빠져있었다.
김 장관의 발언뿐만 아니라, 이날 초과이윤의 배분을 주장하는 토론자들의 논의 어디에서도 주주에게 돌아갈 몫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 상법 462조는 이익의 배당을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결의사항으로 규정한다. 주주를 빼놓고 초과이윤의 배분을 논의하는 것은 잔치를 마련해놓고 정작 주인공을 초대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반면 주주 아닌 다른 이해관계자가 회사 이윤에 대해 갖는 권리는 법적 근거가 빈약하다.
노동자는 기업이 수조원의 적자를 낼 때도 법적으로 임금을 보장받는다. 투자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회사의 이윤에 대해 주주만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정부도 전력·용수 등 인프라 제공에 대한 반대급부로 법인세를 징수한다. 이익이 예상보다 크다는 이유로 이를 다시 배분하자는 것은 사회 계약을 위반한 사실상의 이중과세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별목적세, 국가임금위원회 설치, 사회연대투자, 법인세 인상 등 다양한 이윤 환수 방안이 제시됐다.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그 기저에 있는 논리는 동일하다. 반도체 기업의 이윤이 커진 이유는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 덕분이니, AI 시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막대한 이윤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초과이윤이 아니라 기업의 실적 호조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초과세수'를 통해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기업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는 만큼, 세수도 수백조원이 늘어나는 국가적 행운을 우리나라가 맞이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향후 기업의 추가적 역할 분담이 필요해진다 하더라도 그 논의에는 AI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한 주주가 핵심 당사자로 포함됐어야 했다.
현재의 논의가 '사후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AI 시대 반도체 기업이 거둘 이익이 명확해지자 이를 분배하자고 달려드는 것은 기존의 사회 계약과 기업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AI 시대를 대비하자는 진의가 의심받지 않으려면 초과세수 활용이 먼저라는 순서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상법에 규정된 주주의 권리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고 이들을 대화의 장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산업부 한종화 차장)
jhhan@yna.co.kr
한종화
jhha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