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정부가 목표로 하는 원화 국제화의 방점은 원화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거래되는 통화로 만드는 데 찍혀 있다.
개인부터 수출입기업, 금융기관, 외국인 투자자까지 국제화를 통해 편익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셈법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하면서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으므로 장기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정부는 19일 발표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에서 네 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선정하고 세부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과제는 '역외 원화 거래 인프라의 구축과 외환 제도 개선'이다. 외환시장을 24시간 개장하고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국인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외국인의 원화 거래와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편의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두 번째 과제는 '원화거래 수요 확충'으로 외국인의 우리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고, 원화를 무역 대금 결제 등 경상 거래에 활용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담겼다. 달러화 환전 없이 수출입 대금을 결제하거나, QR 결제를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세 번째 과제인 '원화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외국 금융 기관이 일시차입(overdraft)을 통해 원화를 제한 없이 조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국내 외국환은행의 커스터디업 참여를 확대하고 원화 무역금융을 촉진해 유동성을 늘릴 예정이다.
마지막 과제는 '다층적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이다. 원화 국제화에 따른 환경 변화에 걸맞게 대외 안전판을 확충하고, 시장 안정화 정책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여행 전 환전 불필요해진다…기업 환전 비용 절감
원화 국제화로 개인은 해외여행이나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일례로 현재 사용 중인 금융 애플리케이션의 QR 코드로 환전 없이 해외에서 결제할 수 있으므로 미리 환전할 필요도 없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도 절감된다.
외환시장 24시간 가동으로 야간에 시장환율로 바로 환전할 수 있는 점도 이득이다.
기존에는 야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환전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즉시 시장환율로 환전할 수 있게 됐으며 정산 절차도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기업은 환전 비용을 줄이고 환리스크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기업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지출한다. 수출계약 이후 환율이 변하면서 기업의 실질 수입이 변화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원화 국제화를 통해 기업이 수출대금을 원화로 계약하고 수취한다면 환전 비용도 사라지고 환리스크 역시 줄어들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 24시간 원화 거래…금융기관 사업 기회 확대
외국인 투자자는 현지 영업 시간대에 자유롭게 원화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외환시장이 24시간 열려 있고 역외 결제도 가능해지므로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24시간 원하는 때에 원화 환전을 할 수 있다.
한국 금융기관에 별도 원화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불편함도 사라진다.
앞으로는 외국인이 평소에 거래하는 런던, 뉴욕 소재 글로벌 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필요시 원화를 차입해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한편, 국내 금융기관들에는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된다.
그간 국내 기관들은 외국인의 우리 외환시장 접근성이 낮아 주로 국내 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원화 국제화가 이뤄진다면 국내 기관이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원화 관련 영업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연계 상품을 개발해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도 제고하는 미래가 기대된다.
◇"기본 방향 맞지만 계속 보완해 나가야…현실적 한계 극복 필요"
금융시장에서는 '원화 국제화'의 방향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 이제 첫발을 뗀 만큼 국제화를 위해 정부와 시장 참가자 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기간에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므로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해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 성과를 체감할 수 없겠지만 결제 편의의 제고나 원화 수급을 늘려가기 위한 방안 등이 유효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시차입 규정은 결제 시차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안이며, 국내 외국환은행의 커스터디업 참여 독려는 원화 유동성 공급을 활성화할 복안이란 평가다.
한 외국계은행 대표는 "원화를 국제화하는 기본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될 문제는 아니므로 정부와 시장 참가자들이 보완하며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 관련 업무에서 중요한 결제 편의를 증진하는 방안이 눈에 띈다"면서 "이제 로드맵이 나왔고 계속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의지와 별개로 실제 시장 참가자들이 얼마나 변화를 실감하고 뒤따를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제도가 마련되고 규제가 완화해도 현실적인 한계로 기대할만한 반응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단계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국제화를 넘어 원화 규제의 완전한 해제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커스터디업을 제도화해도 외국계 중심으로 구축된 시장을 뚫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외국인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중요할 텐데 새로 마련된 인프라를 이용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가 원활하므로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듯하다"면서 "외국인이 체감할 규제 완화일지도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원화 국제화를 통해 외환위기의 기억을 떨쳐내고 잠재 성장률까지 높이는 방향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규제 통화인 원화를 자유 교환 통화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외국인이 아무런 망설임이나 두려움, 주저함 없이 원화를 보유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만들려고 한다"며 "원화를 자유롭게 활용, 보유할 수 있으므로 원화 자산에 투자하고 원화를 활용한 무역 거래, 경제 활동도 문제 없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시차로 인해 겪는 제한을 없애려 한다"면서 "국제 경상거래에서의 원화 결제 비중을 높일 기반도 구축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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