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이번 주(20∼24일) 서울외환시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자금 환전과 중공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등 달러 공급 요인과 미국·이란 간 무력 충돌 재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서는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25bp 인상하며 3년 6개월 만에 인상 기조로 전환한 가운데, 신현송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과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달러-원 환율을 한때 1,480원선 아래로 끌어내렸다.
제헌절이었던 지난 17일 얇은 장세 속에서 달러-원은 오전 9시47분께 1,477.00원까지 하단을 낮췄다. 이는 지난 5월 12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다만, 중동발(發) 우려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달러-원은 18일 오전 1시37분께 하락분을 모두 반납한 뒤 1,491.30원까지 뛰었다.
한일 양국 외환당국이 시장을 향해 잇달아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대신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최근 환율 하락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 참가자들은 수급 측면에서 달러 공급 확대가 환율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지만, 중동 불안과 외국인 주식 자금 이탈이 이를 상쇄할 수 있어 이번 주에도 수급과 대외변수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달러 팔자' 지속…1,480원서 하단 지지
최근 달러-원 환율의 주요 하방 요인으로는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환전 규모와 속도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을 통해 약 265억달러, 한화 약 40조원을 조달했다. 자금 대부분을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 사용할 계획인 만큼 지난 주부터 순차적으로 달러를 매도하고 있다.
실제 지난주 달러-원이 1,500원선에서 1,480원 아래까지 급락하는 과정에서는 SK하이닉스 관련 물량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조달 금액이 막대한 만큼 환전은 적어도 내달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공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도 환율 상단을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10일 국내외 은행을 통해 20억달러 규모의 선물환을 매도하며 환헤지 비율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한화오션이 추가 선물환 매도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도 지난 14일 주요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시장에 대규모로 출회되기 시작하면서 외환시장 수급이 개선되고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1,480원선 아래에서는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저가 매수세가 하단을 꾸준히 받치고 있어 추가 하락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美·이란 갈등 고조에 안전자산 선호↑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무력 갈등이 격화했다는 점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17일(현지시간) "요르단에서 미군 장병 2명이 전사했다"며 "미군 장병 1명은 현재 실종 상태"라고 발표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중급유기 수십 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거리 공습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미국이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양해각서(MOU)를 지속해서 위반했다며 "적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 분쟁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제유가도 크게 반등했다.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약 4.5% 급등한 배럴당 82달러대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긴장은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달러-원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지난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기술주 투매가 장 후반 다소 진정되면서 달러인덱스가 100.729로 약보합 마감했다. 이에 달러화는 중동 관련 새로운 소식과 글로벌 증시 흐름을 주시하며 방향을 살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인 주식 수급 촉각…반도체주 반등 여부 주목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이탈할지도 주목된다.
최근 달러-원은 국내 증시와 외국인 주식 수급에 맞물려 움직이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간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은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도해왔다. 지난주에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조정이 이어졌고, 코스피는 6,800선에서 일단 하락을 멈췄다.
코스피가 6,800선 안팎에서 지지력을 보인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는 비교적 진정된 분위기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4거래일간 총 2천22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다만, 코스닥과 넥스트레이드를 합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3천억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전과 비교해 전체 순매도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환율 레벨을 낮출 수준의 자금 유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주 반도체주가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내 증시는 미국의 관세 정책 및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를 주시할 전망이다.
미국의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보편관세는 의회의 연장 승인이 없으면 이달 24일 종료된다. 이에 시장은 새로운 국가별·품목별 관세나 무역조치가 발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22일(현지시간)에는 알파벳과 테슬라가, 24일에는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번 주 주목할 주요 경제지표는
이번 주에는 오는 23일 공개되는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주목된다.
해외에서는 24일 발표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가장 무게감 있는 지표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이 지표를 통해 미국 제조업 경기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20일에는 일본이 '해양의 날'을 맞아 금융시장이 휴장한다. 같은 날 미국의 6월 콘퍼런스보드(CB) 경기선행지수가 공개된다.
21일에는 미국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주간 고용 변화와 7월 레드북이 나온다. 영국의 5월 실업률과 유로존의 7월 ZEW 경기기대지수도 발표된다.
22일에는 한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23일에는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공개된다.
24일에는 미국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보편관세의 적용 시한이 종료되는 가운데 미국의 7월 제조업·서비스업 PMI가 발표된다. 일본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공개된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은 이달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삼가는 '침묵 기간'에 들어갔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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