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올해 설비투자 최대 640억달러로 상향
ASML, 내년 EUV·DUV 생산능력 30% 확대
최태원 "내년 반도체 수요 최소 50%↑…공급 확대 시급"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TSMC와 반도체 노광장비업체 ASML이 인공지능(AI) 수요에 대응해 나란히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와 핵심 장비업체가 동시에 증설에 들어간 것은 AI 투자 사이클이 단기 주문 증가를 넘어 중장기 생산계획에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내년 반도체 수요가 최소 50% 이상 증가하는 데 비해 추가 공급은 거의 없다며 빠른 증설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이 됐다고 강조했다.
◇ TSMC, 설비투자 최대 640억달러로 상향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600억~640억달러로 상향했다. 2분기에만 157억달러를 집행했다.
전체 투자액의 70~80%는 첨단 공정에 배정하고, 10~20%는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 마스크 제작 등에 투입한다.
TSMC는 에이전틱 AI를 포함한 고객사의 구조적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매출이 달러 기준으로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매출은 402억달러, 매출총이익률은 67.7%를 기록했다.
TSMC의 증설은 AI 가속기 생산뿐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결합하는 첨단 패키징 병목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요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ASML, EUV·DUV 생산능력 30% 확대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가 늘면서 ASML도 장비 공급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ASML은 2분기 매출 93억유로, 순이익 29억유로를 기록한 뒤 올해 매출 전망을 430억~450억유로로 높였다. 신규 노광장비 판매량은 1분기 67대에서 2분기 86대로 늘었다.
ASML은 올해 약 65대인 저개구수 극자외선(EUV) 장비 생산능력을 2027년 30% 확대하고, 2028년에도 추가로 30%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약 130대인 액침식 심자외선(DUV) 장비 생산능력도 내년 30% 늘리고 2028년 추가 증산을 검토할 예정이다.
ASML은 AI 투자와 기술 발전이 첨단 로직과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고객사들이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태원 "내년 수요 급증…지을 수 있는 곳에 지어야"
최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AI 반도체 수요가 올해보다 내년 60~100% 증가하고, 전체 반도체 수요도 최소 50~6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내년에 추가되는 공급량은 거의 없어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까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메모리 확보에 나서면서 업계가 강한 공급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최선을 다해 빠른 속도로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전 세계를 찾아 어디에서 가장 빠르고 크게 지을 수 있는지를 판단해 빨리 짓는 것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이 됐다"고 말했다.
증설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조기에 끝낼 수 있다는 우려에는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가격을 계속 올려 '칩플레이션'이 심화하면 수요처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공급을 늘려 시장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들 "2027년 메모리 공급절벽"
TSMC와 ASML의 증설 움직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투자 확대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가동 확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 구축, EUV 장비 확보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HBM4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는 TSMC의 공격적인 첨단 공정·패키징 투자가 부담이다. ASML의 증산으로 EUV 장비 확보 여건은 개선될 수 있지만 장비만으로 수율과 고객 기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설비투자가 HBM에 집중되면서 범용 메모리의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사실상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D램 웨이퍼 생산에서 HBM 비중이 올해 15%에서 내년 34%로 높아지고, 빅테크와 메모리업체 간 장기공급계약(LTA)이 생산능력을 우선 선점하면서 일반 고객이 체감하는 공급 부족은 '공급절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은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도 산업의 펀더멘털 변화보다 AI 투자 둔화 우려에 따른 심리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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