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하면서 조달한 약 40조원 규모의 자금이 어느 금융회사로 유입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자금이 과거 대기업의 대규모 증자 자금처럼 은행의 정기예금에 장기간 묶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시장성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시중은행의 '예금 특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채권시장 '큰손' 된 SK하이닉스…은행보다 시장 택할까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ADR 조달 자금을 맡길 금융사를 선정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사를 대상으로 비딩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에 달하는 조달 자금을 은행과 증권사가 제시 조건을 비교해 외화·채권·예금 등 여러 항목으로 나눠 분산해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SK하이닉스의 달라진 자금 운용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 호조로 불어난 잉여 현금을 은행 예금에 묶어두기보다 단기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입해왔다.
올해 초에는 증권사를 통해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매입을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풍부한 대기자금이 수요를 받치면서,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에도 단기물 금리의 오름폭을 일부 제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 2분기 들어서는 여전채와 공사채, 회사채 등 만기 1~3년의 채권으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일부 기업이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2년 수개월짜리 비정형 만기의 회사채를 잇달아 발행하면서, 시장에서는 그 배후 수요로 SK하이닉스를 거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매수한 회사채 규모가 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특히 매수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확인은 어렵지만, 시장에서는 지난달에만 SK하이닉스가 약 12조원의 자금을 집행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이달에도 한 증권사의 랩·신탁 계정에 4조원 안팎의 자금이 유입됐다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수의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운용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운용 흐름을 감안하면, ADR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 역시 은행 예금에 장기간 머물기보다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도 환전과 결제, 일시적인 자금 예치 과정에서는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예전처럼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붙잡아둘 수 있는 수신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십조 자금에도 머뭇…'예금 잭팟' 부담스러운 은행권
은행들 역시 이미 풍부한 수신과 제한적인 여신 운용 여건 탓에 SK하이닉스와 같은 거액의 법인예금을 마냥 반기기 어렵운 입장이다.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로 은행권 수신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과 달리, 예금 잔액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수신 잔액의 운용이 문제다. 가계대출은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로 공급 확대에 제약이 있고, 기업대출 역시 대기업을 제외하면 중소기업의 뚜렷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기업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일반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은행으로서는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운용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조원대 자금 유입이 오히려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면 은행은 그만큼 대출로 자금을 돌려야 한다"면서 "가계대출은 규제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기업대출 중 대기업 여신을 늘려야 하는데, 최근 은행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저금리 비딩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달 비용을 감안하면 마진을 내기 어려워 대형 법인예금에 대한 수요도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털어놨따.
국내 시중은행이 수익성 부담으로 적극적인 유치전에 나서기 어려운 사이, 외국계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앞세워 ADR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ADR 조달 자금 예치를 위한 비딩에서 일부 외국계 은행이 공격적인 금리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조달 비용과 운용 마진을 고려하면 국내 시중은행이 맞추기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gepark@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