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한국은행이 반도체 초호황을 필두로 한 임금상승발(發) 물가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실제 우려가 현실화되려면 경제 성장과 공급 쇼크 등 삼박자가 들어맞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최저임금 급등으로 광범위한 임금 인상이 일어났던 당시에도 물가는 오히려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경험이 있어서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걱정이 한은의 주요 경계 요인이라는 것이다.
21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물가가 예상 밖 급등할 수 있는 요인으로 △반도체 성과급을 필두로 한 광범위한 임금 상승 △기업이 물가전이를 할 수 있는 강력한 경제 성장 환경 △미국-이란 전쟁 격화로 인한 공급측 물가 쇼크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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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식은 과거 임금 상승세가 거셌을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가파른 임금상승 만으로는 물가 상승 조건이 충족되지 않지만 성장과 공급 쇼크가 겹치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4분기~2018년 3분기 당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임금 인상이 전면적으로 일어난 대표적인 시기였다.
2017년 중순 결정된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에 달해 충격을 줬는데, 2018년 1월이 되는 순간 법정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근로자가 속출할 상황이었다.
이에 기본급 비중이 낮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리 임금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나타났다. 아울러 최저임금이 뛰면서 일반 사원의 임금이 뛰고 그 윗선인 대리 과장급들의 임금도 올려줘야 해 연쇄적인 임금 인상이 단행됐다.
이로 인해 2017년 4분기부터 1년간 임금 상승률은 상당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시간당 명목임금지수 상승률(전년비)은 2017년 4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 11.6%→11.1%→6.0%→11.1%에 달했다.
특이한 점은 당시 소비자물가(CPI) 상승세는 오히려 저물가 우려가 나올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2017년 4분기 CPI 상승률(전년비)은 1.4%였고 2018년 1~3분기에도 1.1%→1.5%→1.5% 등 1% 초중반대를 유지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0%대로 인플레이션이 더욱 낮아졌다.
그러던 물가 상승세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급격히 확대됐다. 팬데믹 이후 펜트업 소비가 나타나고 경제성장률도 커지면서다.
2021년 2~3%대 CPI가 나타나더니 2022년에는 3분기 5.8%로 고점을 기록했고 2023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 관측됐다.
한은의 우려는 이번에는 임금상승세와 경제성장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지 않느냐는 점에 있다. 여기에 미-이란 전쟁 격화로 공급 측 물가 충격이 오면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향후 데이터와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에 따른 임금 상승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지, GDP 성장세가 예측을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되는지, 미-이란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일어났던 당시는 자영업자들이 어렵고 경기가 아주 강하지 않아 물가 상승률도 가파르지 않았다"면서 "기업들이 비용을 물가로 전가하려면 경기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hkim7@yna.co.kr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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