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장기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면직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공지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약 20년 전에 도입한 제도를 바뀐 평가 제도에 맞춰 시행하는 것이지만, 입행이 얼마 안 된 일부 직원에게 면직 가능성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으로 여겨져서다.
사람들이 특정 기간 매년 돈을 벌어들인다는 점에서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채권에 빗대기도 한다. 채권과 마찬가지로 근로 소득을 지불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채무 불이행 위험과 이에 따르는 프리미엄도 달라진다. 한은 직원의 경우 월급을 지불하는 주체가 한은이라는 점에서 인적자본을 통안채라 볼 수 있다.
통상 채권 수익률은 현금 흐름의 변동 위험에 비례해 형성된다. 근로자가 직업 선택 또는 이직 고민 중 은연중 고려하는 요인이다. 물론 이보다 명예와 자부심, 전문성 등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직 가능성은 디폴트 위험이 부각됐다고 볼 수 있다. 통안채에 디폴트 위험이 있다고 보면 요구되는 수익률은 더 높아져야 한다. 한은맨에 적용되는 인적자본 프라이싱도 달라져야 하는 셈이다.
◇ 면직 징계 공지한 맥락 자세히 보니
자세히 내막을 보면 면직이 이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이번에 의도를 가지고 새로 도입한 제도도 아니다.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직원에 대한 조치를 담은 제도는 지난 2007년 도입됐다. 대략 3년 전 한은이 직원들의 인사 평가 제도를 바꾸면서 적용을 유예했는데, 일정 기간 검증 기간을 거친 후 이번에 개편을 공식화한 것이다.
제도도 징계보다는 기회를 더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에는 3년간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징계 조치까지 갔는데, 이번엔 성과가 몹시 나쁘지 않다면 6년까지 기회를 주는 것으로 조정하고, 부서 이동 등 지원 방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 하방 열리면 상방도 열려야…성과급 격차 확대·재취업 조항도
다만 근로소득 관련 하방 위험이 있다면 상방 위험도 있어야 균형이 맞다.
한은은 올해 1급 및 부서장에 대해 평가상여금 지급률 격차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고 평가 등급인 'EX'를 받은 직원은 종전에는 기본급의 100%를 상여금으로 받았으나, 올해부터는 200%까지 받을 수 있다.
차상위 등급인 'EE'와 그 아래 등급인 'ME'의 평가상여금 지급률은 각각 종전 55%와 20%에서 40%와 10%로 줄인다. 하위등급인 'BE'와 'NI'는 지급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2급(부서장 제외)에 대해서도 성과급 지급 격차 확대를 적용할 방침이다. 'EX'의 경우 100%에서 150%로 늘리지만 'EE'와 'ME'는 종전 55%와 20%에서 45%와 15%로 축소한다. 하위등급(BE,NI)은 지급하지 않는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재취업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한은은 이직할 경우에도 5년 내 한은에 재취업을 원할 경우 심사를 거쳐 받아주는 제도가 있다. 통상 이직 시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데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실제 금융시장 현업에서 경험을 쌓고 한은으로 복귀한 사례도 있다.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가치 하락 시 행사 가치가 보장되는 일종의 '풋옵션'인 셈이다.
한은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에 비해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외부에서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전직 한은 직원은 "시중은행과 연봉 격차가 벌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어졌다"며 "직원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에 대해 전향적으로 고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장 금전적 보상 확대가 어렵다면 인적자본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구조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통해 한은 직원의 근속기간인 듀레이션이 길어지고 한은의 역량도 함께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은 직원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학술 연수가 급여 이상의 보상으로 여겨진다"며 "학술연수 대상자를 늘리는 것도 와닿는 보상 확대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wroh3@yna.co.kr
노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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