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 출발한 뒤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전 9시 2분 현재 코스피는 전 장보다 45.91포인트(0.70%) 내린 6,470.36이다. 2026.7.21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주식시장에서 이렇게 사이드카 경고음을 많이 들은 시기가 있었을까. 어제는 매도 사이드카, 오늘은 매수 사이드카가 이어졌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제 1% 정도 상승, 하락폭은 보합이라는 농담이 흘러나올 정도다. 심지어 사이드카의 발동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6월19일 9,385.59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점점 하락곡선을 그리다 한때 6,500선마저 깨졌다.
반도체 주식 호황에 고공행진을 펼쳤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현대차, 삼성전기 등 대형주들도 역대 최고치를 내주고 미끄러졌다.
과도하게 집중됐던 반도체, 인공지능(AI) 투자 수요가 빠지기 시작한데다 금리인상,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소식 등 증시를 위협할 만한 변수도 많았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등 호재로 꼽히는 요인들이 소화되고 난터라 증시를 떠받칠 추가적인 모멘텀이 부족해졌다.
국내증시의 내리막길은 험난했다.
이제는 지수 레벨보다 레버리지ETF가 키우는 시장 변동성이 문제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도입되면서 오를 때도 많이 올랐지만 내릴 때는 더 크게 빠졌다. 한번 크게 내리면 같은 비율로 올라도 원래의 가격에 도달할 수 없는 만큼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이에 당국자부터 시장 베테랑까지 자성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승인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극심한 회전율로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역시 전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는 투자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장폐지론이 고개를 들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ETF로 손실을 봤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장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시장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은 주가를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이 도입될 때로 돌아가보면 해외에서는 레버리지 ETF 상품들이 활발하게 거래되는데 국내투자자만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해외 시장에서는 2배 뿐 아니라 3배 ETF 상품들도 거래된다.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 3배 레버리지 ETF도 있지만 이들이 모두 증시를 크게 흔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2배 짜리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이토록 커진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큰 영향도 있다. 두 종목의 주가가 한번 요동칠 때마다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앞서 대만 당국이 TSMC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하지 않은 것도 TSMC 시가총액이 가권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몰려있는 점도 변동성 확대에 한 몫했다.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특성상 레버리지 ETF 역시 같은 흐름이 반복됐다.
3배 레버리지 ETF를 출시했던 해외 운용사 관계자는 이런 상품은 변동성 리스크가 커 짧게 운용하는 초단기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변동성 리스크보다 방향성 베팅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변동성이 큰 증시 하락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에 더욱 큰 타격이었다.
그러면 이 종목을 아예 없애는 게 상책일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우리 증시가 앞으로 얼마나 큰 변동성을 겪을 수 있는지, 그런 상황에서 당국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다치는 투자자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상품이 너무 위험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투자자들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상품의 영향은 줄어든다.
당국이 이를 우려해 출시 후 두 달여 기간이 지났을 뿐인 상품을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상장 폐지하면 정책의 예측가능성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즉, 한국증시는 2배짜리 상품의 변동성도 감내할 역량이 안되는 시장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물론 우리 증시는 미국과 다르다.
시장 규모가 크고, 기관들의 유동성이 풍부하며, 단일 종목이 지수를 뒤흔들지도 않는 시장의 폭과 깊이를 우리 증시가 따라갈 수는 없다.
월가에서는 흔한 상품 구조가 한국에서 시장을 흔드는 수준이 됐다는 외신들의 지적 역시 아픈 대목이다.
베테랑 자산운용사 대표의 이야기대로 투자자 보호를 운용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최후의 방법으로 상장폐지까지 생각되는데 이마저도 요건이 맞지 않아 특별 승인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시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국이 도입한 상품을 바로 뒤집는다면 앞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업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번번이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변동성 대책으로 상폐를 논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국내증시의 한계를 만들고, 글로벌 투자자들을 향해 잘못된 시그널이 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대상이 상품의 존재 자체가 되는 것은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당국의 대책은 상품이 존폐를 논의하기보다 위험 고지와 투자자 적합성 관리, 예상밖의 시장 변동성을 불러올 위험 관리에 그쳐야 한다.
지금은 금리인상 전환, 중동 전쟁 리스크, AI시대로의 진전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시기다. 이런 때에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오히려 전세 보증금을 빼고, 마이너스 통장을 꽉꽉 채워서라도 주식시장에 과도하게 쏠릴 수 밖에 없는 투자자들의 현실을 되짚어 볼 때다. (증권부장)
syjung@yna.co.kr
정선영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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