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과 결함은 달라…선택지 열어둬야"
[사진: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킨 요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 ETF를 만들어 출시했던 자산운용사의 대표가 "지금에라도 투자를 멈춰야 한다"며 만류하고 나서면서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곱버스 ETF를 약 두 달 동안 굴려 온 펀드매니저들의 진단은 달랐다. 중장기 투자에는 위험할 수 있지만 투자자 선택까지 막아설 만큼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를 지금이라도 멈추길 바란다"고 적었다.
배 대표는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는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흘러 원주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누구도 변동성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해 운용 중인 회사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해당 상품 투자를 말리는 건 이례적이다.
배 대표는 최근 업계 전문가들과의 댓글에서 "운용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최후의 방법은 상장폐지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특별 승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적기도 했다. 사실상 상장폐지를 선택지 중 하나로 제시한 셈이다.
배 대표의 발언은 운용가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미쳤다. ETF를 출시한 회사 수장의 발언인 만큼 단순 경고를 넘어서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2X ET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역들은 배 대표의 발언과 온도차를 보였다.
앞서 지난 5월 27일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한화·키움·하나·신한자산운용 등 총 8개 운용사가 레버리지·인버스2X ETF를 증시에 상장시킨 바 있다.
한 운용사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책임 운용역 A씨는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배 대표의 발언은 업계 전반의 시각은 아니다"라며 "개인마다 투자 성향이 다르고 하루를 보고 들어오는 투자자들도 많다. 투자 자체를 만류하는 건 주관적 판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란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상품 자체에 결함이 있다기보다는 매매가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A 운용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ETF 상장 이후 선물 거래량과 변동 폭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고가 생겼다든가 2배 수익률을 구조적으로 추종하지 못한 게 아니기 때문에 상품의 상장폐지나 거래 일시정지가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 현안으로도 번진 상태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운용 부담이 유독 큰 편"이라며 "종가 무렵 괴리율이 확대되는지를 가장 많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부가 추가 상장을 제한한 상태이지만, 당초 투자 대상 종목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으로만 제한한 것은 아쉬운 지점"이라며 "종가 시간대에 리밸런싱 매매가 많은 상황인데, 특정 시간대에 몰리지 않도록 매매 시간을 늘리면 최대한 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책임 운용하고 있는 B씨는 레버리지 ETF의 '복리효과'가 투자자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동성이 크면 수익이 녹아내리는 부분이 있지만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 계속되면 복리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투자자가 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하는 것이지, 상품에서 원인을 찾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ETF는 주식처럼 직접 매매하는 상품이어서 특히 자기책임이 강조된다"고 했다.
B 운용역은 "국내 시장의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얕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여파가 미국보다 크게 나타났다. 미국은 고배율 상품을 받아줄 자금과 시장 여건이 되기 때문"이라면서도 "우리나라도 진통은 겪겠지만 다양한 투자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단 점에서 나왔어야 할 시기에 나왔어야 할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는 자신의 위험 감수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교육을 받더라도 상품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투자 전 스스로 위험 성향을 과대평가하고 있진 않은지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의 책임 운용역 C씨도 상품 존폐를 논하는 건 섣부르다고 봤다. 투자자는 감당할 수준에서 목적에 맞게 투자해야 하고, 운용사는 상품 운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역할이라는 얘기다.
C 운용역은 "위험하지 않은 투자도, 나쁜 상품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상품이 좋고 나쁘다' '투자를 하지 말라'를 권고하는 건 운용사의 역할이 아니다. 이런 상품이란 것을 정확히 알려주고 투자 위험성을 정확히 경고하는 데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C 운용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배수 추종이어서 보유기간이 길수록 실제 수익률과 기대 수익률 간 괴리가 커질 수 있다"며 "레버리지나 곱버스 상품은 기본적으로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목적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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