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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5천명 주주가 만드는 샴페인, 니콜라스 푸이야트

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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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리저브 익스클루시브 브륏, 밀레짐 블랑 드 블랑, 빨메도르 브륏 2009

[출처: 신세계L&B]

(서울=연합인포맥스) ○…"니콜라스에 포도를 공급하는 포도농 5천 명이 주주처럼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샴페인 브랜드 니콜라스 푸이야트(Nicolas Feuillatte)의 수석 와인메이커 기욤 로피앙은 지난 21일 서초구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열린 시음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오늘날 프랑스 판매량 1위, 세계 3위의 샴페인 브랜드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움직이는 건 대주주 한 명이 아니다. 샹파뉴 전역 82개 협동조합에 속한 약 5천 명의 포도 재배자들이다. 각자의 밭에서 포도를 기르는 농가들은 브랜드 내 소통조직들에 의견을 전달하고, 브랜드 운영에도 목소리를 낸다.

잘 익은 복숭아와 배 향이 가득한 빈티지 빨메도르 브륏 2009, 깔끔한 시트러스의 밀레짐 블랑 드 블랑, 청량감이 가득한 리저브 익스클루시브 브륏까지. 이날 시음한 세 잔에는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 재배자들이 함께 만든 브랜드의 역사가 담겨있었다.

대형 샴페인 하우스는 포도를 사고 나면 밭을 돌아볼 일이 없다. 반면 니콜라스는 5천 명의 조합원들이 브랜드 운영과 구조 변경 같은 사안까지 의견을 낸다. 농가들도 자기 밭에서 나는 포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기술 지원과 커뮤니티 안에서 관계를 이어가는 구조다.

5천 명이 어떻게 소통한다는 걸까. 브랜드 내 분야별 소통 조직이 있고, 10명 단위 소그룹이 대표 1명을 뽑아 위로 의견을 올리는 피라미드가 작동한다. 지금의 소통 체계는 협동조합을 운영해온 약 50년에 걸쳐 자리 잡았다.

최근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후 위기다. 로피앙은 "10년 전만 해도 포도 수확시기는 통상 10월 초순이었지만, 올해는 8월 15일 이전으로 보고 있다"며 그만큼 수확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5천명 각자의 밭 사정이 다르니 수확 시기를 하나로 못 박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이달 말 지역별 주요 조합원들이 모여 재배 시기를 논의하는 콘퍼런스도 열린다.

농가의 제안 방식은 이렇다. "올해 수확한 포도는 당도가 높으니 당도 필요하면 내 포도를 써라"와 같은 식이다. 최종 결정권이 로피앙에게 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은 5천 명의 밭에서부터 올라온 농가의 의견 위에서 이뤄진다.

[촬영: 정수인 기자]

협동조합 형태의 이 브랜드는 1976년 파리 출신 사업가 니콜라 푸이야트가 자신의 이름을 건 샴페인을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미국 뉴욕에서 커피 무역으로 성공한 그는 샹파뉴 포도밭을 매입했고, 샹파뉴 여러 농업 조합 중 한 곳의 조합장이었던 앙리 마카르트와 만났다.

브랜드력과 시장 개척력을 가진 창업자와, 사람을 모을 수 있지만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던 조합장이 서로의 빈틈을 메우면서 1986년 지금의 협동조합 체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2년,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프랑스 판매량 1위에 올라섰다. 창업부터 딱 36년이 걸렸다.

오늘날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샹파뉴 전역의 다양한 토양과 품종에서 생산되는 원액을 혼합해 매년 같은 하우스 스타일을 구현한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 유통하는 제품과 레스토랑이나 바 등 현장 소비용 제품의 숙성 방식도 달리 가져갈 수 있는 배경이다.

5천 명의 주주가 각자의 밭에서 딴 포도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잠재력이 있는 원액은 리저브 와인으로 쌓고, 유통 채널마다 다른 잔을 설계하는 구조. 복잡한 셈법을 거쳐 매년 같은 이름으로, 같은 스타일로 샴페인은 지난 50년간 병에 담겨왔다.

10년 넘게 브랜드와 함께하며 포도원과 와인을 총괄해온 로피앙은 샴페인의 가치는 병 자체와 함께 그 술을 누구와, 어떤 순간에 마셨는지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으로는 샴페인 소비문화 전반을 다시 만들어가야(reinvent) 한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온 만큼 앞으로의 50년도 두렵지 않다. 우리는 아직 젊은 브랜드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산업부 정수인 기자)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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