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운용 "코스피 두배 뛰어도 저PBR 기업 73% 달해…주가누르기방지법 시급"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2일 코스피는 '7천피'(코스피 7,000)를 터치한 뒤 상승 폭을 축소해 6,700대에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9.75포인트(0.74%) 오른 6,797.70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25포인트(0.30%) 내린 751.09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26.7.22 sab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친 반도체 의존도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1년간 코스피는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반도체 대형주를 제외하면 지수는 3천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못 미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코스피 상장사는 586곳으로 전체 상장사의 73%에 달해 1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 종목들의 저평가를 해소하지 못하면 코스피의 온전한 반등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23일 VIP자산운용이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대형주 5개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는 7월 21일 종가 기준 2,787포인트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스피 급등에 반도체 상승이 절대적이었다는 의미다.
VIP자산운용은 "지수 상승은 사실상 반도체가 만든 착시"라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오히려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이런 저평가의 구조적 원인으로 상속·증여세 산정 방식을 지목했다. 상속·증여세는 기준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돼 주가가 낮을수록 대주주의 세 부담도 줄어든다. 오너의 건강 이상설이 돌 때마다 '승계 랠리'가 반복되는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주주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유인이 불법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배당 축소, 현금 사내유보,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 중복상장, 승계 전후 보수적 실적 관리, 소극적 기업설명(IR) 등은 개별적으로 보면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시세조종 같은 불법적 방법이 아니라 경영 판단만으로도 얼마든지 주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며 "이런 행위 대부분은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 경영상 판단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VIP자산운용은 개별 행위를 규제하는 대신 유인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행위 규제는 두더지 잡기와 같다"며 "낮은 주가를 유지해 얻는 이익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주가누르기방지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최대주주가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주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비상장주식에 적용해 온 평가 방식을 준용해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가를 눌러도 세금이 그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해 주가를 누를 유인 자체를 없앤다는 취지로, 평상시 거래나 일반투자자와는 무관하며 최대주주의 상속·증여 시점에만 적용된다.
김 대표는 "비상장주식에는 이미 순자산가치 80% 하한 규정이 10년 가까이 적용되고 있다"며 "이를 상장주식에 준용하면 제도 혼란을 줄이면서 공정한 가치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안에는 최대주주 20% 할증과세 폐지와 상장주식 물납 허용도 함께 담겼다.
저평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최대주주에 일률 적용되는 내용으로, 저평가를 이용한 절세는 막되 정상적으로 기업가치를 키워온 기업의 승계 부담은 덜어주는 취지라고 VIP자산운용 측은 설명했다. 상속인이 세금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을 대량 매도할 필요가 줄어드는 만큼 이른바 '오버행'에 따른 주가 충격 완화도 기대 효과로 제시됐다.
김 대표는 "대주주와 소액주주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인데 지금 제도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게 만들고 있다"며 "주가누르기방지법은 그 동상이몽을 끝내고 모두가 기업가치 제고라는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에 상장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납부하는 세금이 달라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7월 말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공개되면 (국회 발의안과) 어떤 안이 문제의식에 더 부합하는지 시장과 언론의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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