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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지형이 바뀌었다'…달러-원 하향 안정화 기대되는 이유

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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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당분간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달러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방향으로 외환시장의 수급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이달 초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1일 1,559.20원까지 뛰며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약 3주 만에 1,480원 부근까지 떨어졌다. 약 80원에 달하는 하락폭이다.

단기 낙폭이 작지 않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는 상황이다. 수출기업들을 통한 달러 공급이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으로 최근 수출은 연일 신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6월 수출은 1천22억5천만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돌파했으며, 7월 1~20일 수출은 549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다.

역대급 수출을 반영해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하고,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도 2천900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의 1천231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달러-원 환율 하락을 유발한다는 공식이 바뀐 환경 탓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으나 유입될 달러 규모가 워낙 큰 만큼 하락 재료로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독려 속 수출기업들의 환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지난 21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주요 수출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외환거래 현황을 점검하고,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등을 위한 민관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달러-원 환율이 1,550원대까지 올랐던 지난 6월 초 회동한 허 차관과 수출기업들이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머리를 맞댔다.

허 차관은 하반기 외화 수급이 반도체 호조 지속 등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더욱 개선될 것이라면서, 수출대금 및 외화예금의 환전,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유입 확대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수출기업들은 외환시장 안정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주는 초석이 된다는 데 공감하면서 정부의 외환 수급 안정 노력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확보한 265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자금을 연일 환전 중이며 수출 대금 환전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장기 계약으로 유입되는 선수금 등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내다 파는 중이다.

환 헤지를 위한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도 이어지고 있다. 환 헤지 비율을 높게 유지 중인 삼성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은 수주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시장에 모습을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 헤지 비율을 70% 이상 높이기로 한 한화오션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도 반복된다. 목표 달성까지 추가로 헤지할 물량이 많이 남은 것으로 추정돼 시장에서도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국내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한화오션이 낮은 헤지 비율을 높이고 있는데 어림잡아 50%까지만 올린다고 해도 대규모 선물환 매도가 수반된다"며 "SK하이닉스 물량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매도 물량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6월 수입 물가, 3년 6개월만 최대폭 하락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소폭 오르며 12개월 만에 보합세를 보였다. 수입물가지수는 전월보다 4.4% 하락했다. 이는 3년 6개월만 최고 하락 폭이다. 사진은 이날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6.7.15 sbkang@yna.co.kr

달러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의 변화도 엿보인다.

달러 매수로 이어지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가 잦아드는 추세다. 반도체주 중심으로 코스피가 조정을 받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익실현을 멈추고 주식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넥스트레이드, 코스닥에서 3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매일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전날 순매수 규모는 3조4천억원으로 지난 5월 4일 이후 최대다. 달러-원 환율 고공행진의 주된 배경이었던 외국인의 주식 매도 행진이 끝나가는 조짐이다.

정부는 이같은 수급 지형 변화에 힘입어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지성 재경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자 설명회(IR)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수급상 하반기에 의미 있는 변화가 기대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자금 유입 등에 따른 원화 강세는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큰 그림에서 수급 상황이 변화하는 것"이라며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들이 현재 레벨에서는 달러를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네고장이 끝났다고 본다"며 "굳이 현재 레벨에서는 달러를 팔지 않으려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증시 움직임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주가 상승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다시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내국인 해외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띠는 것도 관건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내국인은 이달 들어 미국 주식을 29억7천500만달러(약 4조4천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4개월 만에 다시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순매수세가 나타난 것이다.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뜨거운 투자 열기가 확인됐는데 향후 엔트로픽, 오픈AI 등의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어 해외 투자가 다시 탄력을 받을 여지가 있다.

여러 대외 변수 속에서도 현재 시장이 수급 주도로 움직이고 있어 당분간은 수급 변수가 시장 참가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주식 순매수와 SK하이닉스 ADR 자금 환전 등으로 달러 공급 여건이 개선되고,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과 성장 기대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라며 "기술적 지지력이 여전하나 수급과 펀더멘털이 동시에 원화 강세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20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등락이 이어질 수 있지만 결국 하향 돌파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서 "이 경우 고환율 기대가 꺾이며 하락세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ywshin@yna.co.kr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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