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중동 전쟁 재격화와 홍해와 러시아 등 주요 에너지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이 복합적인 공급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되는 가운데 홍해와 흑해, 러시아 정유시설까지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원유 공급망 전반의 병목이 심화하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휴전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유가는 큰 폭으로 반등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급 위기가 과거처럼 호르무즈 해협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핵심 에너지 인프라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수출 경로, 러시아 정유시설과 흑해 원유 수출 터미널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공급망의 대체 경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은 다시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 클레퍼(Kpler)에 따르면 지난 20~2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22척에 그쳤다. 전쟁 이전 하루 100척 이상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이란은 미국이 중동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 선박을 공격하면서 또 다른 핵심 수출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위협받고 있다.
리스타드는 현재 사우디가 동서 송유관을 통해 하루 약 400만배럴을 홍해 연안으로 수송하고 있지만,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대체 수출 경로마저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레온 책임자는 "걸프 지역의 주요 해상 수출로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사우디 동서 송유관과 홍해 항만은 수출을 유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라며 "바브엘만데브까지 막히면 호르무즈 통행 감소를 보완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공급망도 압박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들이 잇달아 피해를 입으면서 러시아는 디젤 수출을 중단했고, 이는 전 세계 디젤 공급의 약 10%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자흐스탄 원유를 흑해로 운송하는 카스피해 송유관 컨소시엄(CPC)도 최근 흑해 유조선 공격 여파로 원유 선적을 중단했다. CPC는 세계 원유 거래량의 약 2%를 담당한다.
공급 차질은 정제 제품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정유시설은 이미 최대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 중동 정유시설은 전쟁으로 잇달아 타격을 받고 있다.
원유 3배럴을 휘발유 2배럴과 디젤 1배럴로 정제했을 때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3-2-1 크랙 스프레드'는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정제 제품 부족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 완충 장치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라보뱅크의 조 디로라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는 "현재 선물시장은 향후 미국과 이란이 다시 평화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을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며 "현물시장이 직면한 공급 현실에 비해 선물 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시장은 마치 복권에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낙관적 시나리오에 의존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재고를 계속 소진하며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사진 제공]
kphong@yna.co.kr
홍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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