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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 "SK하이닉스 ADR 폭등, 닷컴버블 생각나…과열 징후"

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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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가 한국 본주 대비 50% 가깝게 비싸게 거래되는 기현상을 두고 해외 금융 전문가가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자산 시장 과열 징후라는 강한 경고를 내놓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동재무학 권위자이자 미국 아카디안 자산운용(Acadian Asset Management)의 오웬 라몬트(Owen Lamont)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나의 기업에 두 개의 판이한 가격이 형성되는 괴리 현상이 극에 달했다"면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이라면 이 두 가격은 같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몬트 매니저는 지난해 서학개미의 고위험 투자를 넷플릭스 드라마에 비유한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 보고서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그는 폭락 직전의 고위험 종목을 집중 매수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ADR을 상장하며 역대 외국 기업의 미 증시 공모 중 최대 규모인 약 270억 달러(약 37조 원)를 조달했다. 상장 당시 7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 속에 첫날 13% 급등했고, 한때 국내 본주 가격 대비 프리미엄이 49%까지 벌어졌다.

같은 한국 기업 ADR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의 프리미엄이 현재 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최근 대만 TSMC의 ADR 프리미엄(약 15%)과 비교해도 SK하이닉스의 괴리율은 세 배를 웃돈다.

라몬트 매니저는 단일 종목의 동일 가치 원칙인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One Price)'이 파괴된 현상을 증시 버블 형성기의 전형적인 징후로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가격 오류는 증시 버블기에 자주 목격된다"면서 "지난 2000년 3월 닷컴 버블 당시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 인포시스(Infosys)의 ADR 프리미엄이 136%까지 치솟았던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가격 불균형이 정정되지 않는 일차적 원인으로는 차익거래를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과 극심한 변동성이 꼽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오는 29일 신주 상장 이후 원주의 ADR 전환이 허용되면 차익매물 유입으로 가격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난관이 적지 않다.

우선 원주를 ADR로 바꾸려면 기상장된 ADR 보유자가 이를 원주로 교환해 '빈자리(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ADR이 49%나 더 비싸게 거래되는 상황에서 저평가된 한국 원주로 교환할 합리적 투자자는 사실상 없다.

여기에 예탁원과 발행기관인 씨티은행의 최종 승인 일정, 원주 전환 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7영업일 소요)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불확실성까지 겹쳐 기계적인 차익거래는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라몬트 매니저는 "프리미엄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어 'ADR 숏(매도)·본주 롱(매수)' 차익거래 세력도 위험 부담 탓에 선뜻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49% 프리미엄에 차익거래 포지션을 잡았다가 과거 인포시스 사례처럼 프리미엄이 136%까지 벌어질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의 극심한 변동성 역시 차익거래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SK하이닉스 국내 본주의 연환산 변동성은 100%를 웃돌고 있으며, 미국 ADR의 변동성은 200%를 넘어섰다.

홍콩과 국내 시장에 상장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거래량이 쏠리면서 본주와 ADR 모두 변동성을 대폭 키웠다는 평가다.

라몬트 매니저는 "미국 주식시장이 위험 선호 성향의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한국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해 왔지만, 미국이 변동성 경쟁에서 한국을 제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수세를 이끄는 주체들에 대해 라몬트 매니저는 미국 개인 투자자나 나스닥100 지수 편입을 기대한 패시브 자금의 ADR 매수는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행태에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17일까지 SK하이닉스 ADR을 약 5억 달러(약 6천900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그는 "한국 안방 시장에서 100달러에 살 수 있는 동일한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149달러를 주고 사들인 셈"이라며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해적 투자 행태"라고 비판했다.

라몬트 매니저는 역사적으로 해외 기업들의 미 증시 ADR 대거 발행이 증시 고점의 신호탄 역할을 해왔다고 경고했다. 1999~2000년 닷컴 버블 및 2021~2022년 유동성 장세 당시에도 해외 기업들의 미국 증시 입성이 폭증한 바 있다. 보고서는 한국 삼성전자와 일본 키옥시아도 미국 ADR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향후 외국 기업의 미 증시 발행이 잇따를 경우 버블 지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공동 집필한 2003년 논문을 인용해 "시장이 이처럼 명백하고 단순한 가격 오류조차 정정하지 못한다면, 다른 자산 가격의 과열은 얼마나 더 심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SK하이닉스로서는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ADR을 조속히 추가 발행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본주를 매입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시장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카디안자산운용]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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