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4종서 3천억 넘게 빠져
이달 미국 주식 순매수 5개월 만에 최대…대부분이 '속슬'
"머니 플로우 바뀌었지만, 투심 꺾였다고 단정하긴 일러"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 달 넘게 개인이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이 사들여 온 레버리지 상품은 규제안 발표 직후 처음으로 그 자리를 미국 지수형 ETF에 내줬다.
다만 개인의 고위험 선호가 식었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이 반도체지수 3배 레버리지 상품일 만큼 고배율 상품에 대한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연합인포맥스 ETP 기간매매동향(화면번호 7131)에 따르면 개인은 이번주(20~23일)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1천59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개인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3주 연속 해당 상품을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였다.
직전 주(13~17일)엔 2천600억원가량을 담아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에 올랐다. 이 주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역시 2천900억원가량이 몰린 'KODEX 레버리지'로, 개인 매수세는 한 달 넘게 레버리지 상품에 쏠려 있었다.
매도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전반으로 번졌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4종에서만 이번주 3천억원 넘게 빠져나갔다.
빈자리는 미국 지수형 ETF가 채우고 있다. 같은 기간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4종엔 3천300억원이 몰렸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TIGER 미국S&P500'(1천203억원)이었다.
수급 변화의 배경으로는 금융당국의 규제 예고가 거론된다. 금융위원회와 관계기관은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출시 50일 만에 전방위 규제를 걸었다.
시장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단일종목 상품의 신규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현행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올리면서 현금만 인정하기로 했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브리핑에서 "기본예탁금 3천만원 현금 요구의 효과를 시뮬레이션해보면 현재 12조원 수준인 시가총액이 4조~5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본예탁금 상향 등 핵심 조치는 이달 말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투자 문턱이 실제로 높아지기 전부터 수급이 먼저 반응한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머니 플로우가 바뀌었다"며 "코스피와 ETF 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이슈가 되면서 그쪽 거래도 함께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는 개인 매수 상위가 국내 반도체나 코스피200이었는데, 지금은 국내에 머물던 자금이 S&P500이나 나스닥 등 해외 쪽으로 다시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이달 1~22일 미국 주식을 약 30억달러어치 순매수하며,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속슬(SOXL)'에 대한 매수세가 강했다. 같은 기간 SOXL의 순매수 규모는 23억달러로 미국 주식 중 가장 많았다. 미국 주식 전체 순매수의 대부분이 이 상품 하나에 집중된 셈이다.
SOXL은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형 상품이어서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당국이 해외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에는 동일한 예탁금 기준을 적용하며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고배율 해외 지수형 상품으로의 우회 통로는 열려 있는 셈이다.
다만 주간 단위 수급만으로 국내 레버리지 투자심리가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일부 수요가 해외로 이동했다고 해석할 여지는 있지만, 추세로 굳어질지 단기 현상에 그칠지는 규모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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