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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미의 돈터치] 밀리초를 파는 시대…통방의 '3초'는 얼마짜리일까

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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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는 날, 채권 딜링룸 풍경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딜러들은 금통위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화면 여러 개를 동시에 띄워놓고 어느 채널이 제일 빠른지 서로 확인한다. 옆자리가 조금이라도 먼저 화면이 뜨면 그쪽 소리를 키워 듣고, 계속 새로고침을 눌러가며 그 순간 가장 빠른 채널로 갈아탄다.

한은 총재의 발언이 뜨는 순간, 화면보다 국채선물 가격이 먼저 움직이면 그것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선다. 나보다 시장이 먼저 안다는 뜻이니까.

기자는 이달 금통위 때 한은이 아닌 곳에서 신현송 총재 기자회견을 커버했는데 생중계가 최소 3초 늦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에서 워딩을 받아쓴 동료의 기사가 화면 속 총재의 입보다 먼저 떴다.

한은에 확인해보니 유튜브 생중계 자체에 내재된 기술적 지연이라고 한다.

지연을 완전히 없애려면 오히려 버퍼링이 생기거나 화질이 떨어지는 트레이드오프가 있고, 개인의 통신 환경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지연을 최소화하려 업체와 협의 중이지만 완전히 없앨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3초가 유독 눈에 밟힌 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트루스소셜을 운영하는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 '트루스 API'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계정을 포함한 상위 10개 계정의 게시물을,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되기 전 1천분의 1초, 즉 밀리초 단위로 먼저 받아볼 수 있는 구조다.

월 이용료는 최대 10만 달러, 약 1억5천만 원 수준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초단타 매매를 하는 운용사와 헤지펀드를 겨냥한 상품이다. 3초와 1천분의 1초. 단위 자체가 다르다.

이 3초가 실제로 얼마짜리인지는 물어볼수록 결이 갈렸다.

국채선물 쪽은 확실히 예민했다. 중요 발언이 나오면 선물이 먼저 크게 움직이는 걸 여러 차례 경험했다는 딜러도 있었고, 국채선물 헤지 때문에 여러 채널을 계속 리프레시하며 가장 빠른 화면을 찾는다는 딜러도 있었다.

한 딜러는 "빨리 까야 할 수도 있으니 빨리 들을수록 좋기는 하다"고 말했다. 즉 가격이 더 내려가기 전에 팔아야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남기거나, 손절이라면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발언이 나온 순간 가격이 이미 움직여 있으면 그때부터는 늦은 거라 생각하고 씁쓸해한다고 했다.

금통위 날에는 아예 매매 자체를 접어두고 기자회견에만 집중한다는 딜러도 있었다.

스마트폰이나 유튜브로 보는 수준의 속도로는 실제 매매에 영향을 줄 만큼 빠르게 반응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 짧은 시간에 반응하려면 사람이 판단해 주문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발언이 뜨자마자 사전에 설정한 조건 값에 따라 기계가 바로 주문을 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채권딜러는 수년 전 통방을 커버할 당시 외국계증권사 출신의 상사로부터 "이걸 다 손으로 하신다구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 등 금융시장 발달 수준이 높은 곳의 경우 특히 주식 트레이더를 중심으로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보편화돼 있다. 다만 채권은 약간 결이 다르다.

같은 딜러는 통방 워딩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 미리 정해둔 시나리오대로 기계가 곧바로 주문을 내는 방식의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나 개발이 끝나기 전 상사가 다른 회사로 떠나면서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됐다고 했다.

이번 통방에는 3초의 지연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도 하나 있었다.

생중계가 끝나고 현장 브리핑을 마무리하려던 총재에게 환율·외환시장 관련 돌발 질문이 던져졌다.

총재는 "오늘 외환 관련 질문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라며 마이크를 다시 켰고, 생중계가 이미 끝난 상태에서 총재는 화면 밖에서 답을 이어갔다.

한은에 확인한 결과 이 장면은 실제로 생중계되지 않았고, 사후에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 영상을 다시 붙여 넣는 방식으로만 남았다. 그리고 이렇게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가 다시 단상에 올라가 질문하고 총재가 마이크를 재차 켠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한은 관계자는 인정했다.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이번 기자회견 생중계는 한은 계정으로 올라온 53분짜리와 56분짜리 두 개의 버전이 있다.

3초가 늦게 도착하는 정보라면, 이건 아예 도착 자체가 되지 않을 뻔한 정보였다.

한 채권딜러는 이렇게 전달되지 못할 뻔한 정보가 있었다는 걸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중계 지연 문제보다 이 마지막 질의응답이 통째로 생중계에서 빠졌다는 사실이 훨씬 큰 이슈라고. 실제로 누락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투명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몇 초 늦게 받는 정보는 그래도 언젠가는 받는다. 하지만 생중계라는 공식 창구에 애초 담기지 않은 정보는, 그 자리에 없던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엔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발언이 아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 만약 시장을 움직일 만한 내용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3초든, 혹은 몇 분이든, 결국 그 정보가 얼마나 값나가는지는 시장이 정한다. 다만 그 값을 매길 기회조차 없었다면, 시장은 애초에 판단할 방법이 없어지는 셈이다. (경제부 시장팀장)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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