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 일곱 번째 유증 참여…지주 부담 더나
상장·롯데지주 합병까지 고려한 장기 시나리오 해석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작년 말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주주 명단에 올라온 새로운 이름이 있다. 호텔·면세업을 주력으로 하는 호텔롯데다.
새 출자자가 이름을 올린 데는 롯데지주의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과 함께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의 핵심 신사업인 바이오를 호텔롯데에 담아 기업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지주와의 합병을 통한 한일 지배구조 개편의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계산이 깔려있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출처: 롯데지주]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다음 달 진행되는 2천553억 원 규모의 롯데바이오 일곱 번째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목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롯데지주, 호텔롯데, 일본의 롯데홀딩스가 출자한다. 현재 지분율은 각각 60.74%, 19.07%, 20.11%다.
지난해 롯데지주, 롯데홀딩스에 이어 새 출자자가 나타난 배경으로는 지원 부담 분산이 꼽힌다.
롯데바이오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1조5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그룹에서 수혈받았지만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 역시 롯데케미칼과 롯데바이오에 잇따라 자금을 투입하면서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순차입금이 3조5천억 원까지 늘어나는 등 재무 부담이 커졌다.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롯데지주가 투자 부담을 나눌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호텔롯데였을까. 여기서부터는 롯데그룹 특유의 복잡한 한일 지배구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호텔롯데는 일본과 한국 롯데를 연결하는 지배구조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다. 여기에 광윤사와 이른바 L투자회사 지분들을 더하면 호텔롯데는 사실상 일본 롯데 측이 지배하는 회사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28.14%)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호텔롯데는 신동빈 회장(13.73%)에 이어 롯데지주의 2대 주주(11.64%)로 자리하고 있다. 지주 외에도 롯데건설(43.30%), 롯데물산(32.83%), 롯데쇼핑(8.86%) 등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어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AI생성이미지]
정작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을 2.69%만 보유하고 있어 직접 지분율은 낮다. 홀딩스 지분을 나눠 가진 광윤사,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 미도리상사 등을 신 회장이 확고한 지분율로 장악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분석됐다.
구조적 취약성 아래 신동빈 회장이 추진한 한일 지배구조 고리 해소의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구주 매출 혹은 신주 발행으로 일본계 지분을 희석한 뒤,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식이 거론돼온 시나리오다.
복잡한 지배구조 속 지주사 체제 밖에 있는 호텔롯데가 적합한 출자자로 꼽혔고, 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는 롯데바이오를 호텔롯데가 품게 되면 향후 상장 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롯데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를 상장시켜서 롯데지주를 합병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합병을 염두에 두고 호텔롯데를 주력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롯데바이오의 새로운 출자자로 호텔롯데가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계 자금이 종잣돈이 되어 한국 롯데를 키운 만큼 호텔롯데가 상장할 때 적정한 공모가를 책정해야 구주매출의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6년 첫 상장 추진 당시 기업가치가 2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나왔지만 총수 일가의 검찰 수사로 상장은 무산되고, 이후 사드(THAAD) 사태, 코로나19를 거치며 면세사업이 위축됐다. 최근 면세업 실적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에 눈길이 보다 쏠릴 수 있다고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이번 출자로 호텔롯데가 바이오를 새로운 재무적 포트폴리오로 확보하고, 시니어·웰니스 등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롯데바이오와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출자 참여는 바이오로직스 사업 방향, 계열사 시너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경영 판단"이라면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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