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일반 주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후적 책임 규명에 그치는 상법과 달리, 자본시장법은 주주가 직접 금전적 보상을 받거나 권익 침해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담고 있어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발간한 '상법은 멀고 자본시장법은 가깝다'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하며 조속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한 상법 1차 개정안은 이사의 '행위 기준'을 제시한 사후적 책임 근거에 불과하다.
감사위원 합산 3% 룰 정비나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도 주주가 원하는 임원 선임 확률을 높일 뿐, 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원천 봉쇄하거나 즉각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주주에게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다.
이는 기업의 지배권이 넘어갈 때 일반 주주의 주식도 지배주주와 동일한 프리미엄 가격에 매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과거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나 한샘 경영권 매각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지배주주만 시가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챙기고 소액주주는 철저히 소외됐던 관행을 끊어낼 수 있다.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운용하며 일반 주주의 투자 회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공정한 합병비율 산정 의무화 역시 시급한 자본시장법 개정 과제로 꼽혔다.
현행 제도는 상장 계열사 간 합병 시 주가만을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하도록 규정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시점을 골라 합병을 추진하는 꼼수가 만연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부터 최근 두산그룹, SK그룹의 구조 개편에 이르기까지 합병비율 산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개정안이 통과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 산정이 의무화되면, 피합병기업 소액주주의 지분이 부당하게 저평가되는 리스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아울러 핵심 사업부문을 떼어내 중복 상장하는 '물적분할 자회사 신주 모회사 주주 우선 배정' 법안도 일반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을 방어할 즉각적인 금전 보상책으로 평가됐다.
엄수진 연구원은 "일반 주주가 특정 기업에 투자한 이유와 목적이 지배주주 변경이나 구조 개편으로 훼손됐음에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경영권 매각이나 계열사 간 합병이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전 이를 억제하거나, 일반 주주의 재산상 손실을 신속히 보상해 줄 수 있는 자본시장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화자산운용]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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