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재고조에 유가 오름세…석유류 물가 충격 불가피
8~9월 물가 3%대 예상…정부, 물가 경계감 높이며 총력 대응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중동전쟁 긴장 재고조로 국제유가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하반기 2%대 물가 관리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가뜩이나 고환율과 민간소비 개선 등 물가 상방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하반기 물가가 예상 경로를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관계부처와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중동전쟁 긴장이 재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지난 23일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7.04% 오른 배럴당 100.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은 것은 지난 5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이후 24일에는 전장 대비 3.88% 하락한 배럴당 96.78달러에 마감했다. 6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이었다.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지난 23일 배럴당 92.19달러로 단기 고점을 찍은 뒤 24일에는 89.31달러로 하락했다.
다만, 이는 최근 급등에 따른 조정세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은 여전히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우려가 홍해의 핵심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는 추세다.
두 해협을 지나는 원유 공급량은 전 세계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차질이 계속될 경우 4분기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6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위재현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극단적으로 두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2차 충격의 여파는 3월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간 유가 안정 장치 역할을 했던 수급 버퍼가 이미 상당 부분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정학 리스크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는 3분기 내 최대 배럴당 160달러까지 상승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공언한 정책당국에 유가 급등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고환율 장기화로 수입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석유류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 전체 소비자물가에 가해지는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때 적용하는 석유류의 가중치가 다른 품목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석유류 가중치는 46.6으로 전체 가중치(1,0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체 458개 품목 중에서 휘발유는 24.1로 전세(54.2), 월세(44.9), 휴대전화료(29.8)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경유의 가중치는 16.3으로 7번째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2.6%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 전망치는 올해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5달러일 것이란 전제로 추산된 수치다. 상반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92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평균 가격이 78달러 정도로 안정돼야 정부 전망과 부합한다.
최근 두바이유는 다른 유종보다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배럴당 80달러 안팎까지 오른 상태다.
올해 6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누계비로 2.5%다. 하반기 물가 상승 폭을 2.7% 안팎으로 유지해야 목표치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국제유가 흐름과 기저효과 등을 볼 때 8월부터 상승률이 다시 3% 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SK텔레콤의 휴대전화 요금 인하라는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탓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7%를 예상한다"며 "작년 8월 통신비 인하 기저효과를 고려했을 때 8~9월은 3.1%와 3.0%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당국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9월 말까지 두 달 더 연장하고, 석유 최고가격제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전쟁 기간인 지난 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평균 0.7%포인트(p) 낮췄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중동전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물가와 공급망 측면에서 애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wchoi@yna.co.kr
최욱
wchoi@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