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세계 톱VC 6곳 장기 파트너십…K스타트업 글로벌 투자 경로 확장
(샌프란시스코=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미래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는 '넥스트 오픈AI'를 발굴하는 실리콘밸리의 자본을 만난다.
기술 협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래 혁신기업을 키우는 투자 생태계와 손을 맞잡으며 한미 경제협력의 축을 '산업'에서 '자본'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세콰이어 캐피털, 제너럴 캐털리스트, 코슬라벤처스,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A)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캐피털(VC) 6개사 대표들과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을 갖는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AI 기업인들을 만나 AI 산업 협력을 논의했다면, 이날은 그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하고 성장시켜 온 투자자들과 마주 앉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번 행사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설명회가 아니다.
국민연금공단과 글로벌 톱 VC 6곳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의 혁신 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청와대는 세계 혁신과 벤처투자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시장 관심을 높이고, 유망 K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와 글로벌 빅테크로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축은 국민연금이다.
운용자산 2천조원 시대를 앞둔 국민연금은 세계 최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다.
청와대는 국민연금을 단순한 기관투자자가 아니라 글로벌 혁신 생태계를 연결하는 '앵커 투자자(Anchor Investor)'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VC와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면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진다는 판단이다.
실리콘밸리 VC들이 제공하는 가치도 단순한 투자금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창업 초기 기업을 발굴해 후속 투자자를 연결하고, 글로벌 고객과 인재를 확보하며, 해외 시장 진출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까지 성장 전 과정을 지원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 자체보다 이러한 네트워크와 성장 지원 역량이 VC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이번 회동을 통해 확보하려는 것도 자금 이상의 '성장 경로'다.
이는 한국 벤처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국내에는 정책금융과 초기 창업 지원은 비교적 풍부하지만, 기업이 유니콘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규모 스케일업 자본과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해외 회수시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국내 유망 스타트업 상당수가 미국 법인을 설립하거나 해외 투자자를 통해 후속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이러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글로벌 VC와의 연결을 강조하는 이유도 국내 창업기업이 해외 자본과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MOU가 선언적 협력에 그칠지,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대형 VC 대표는 "국민연금이 글로벌 VC에 출자하는 등 곧장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최우선 원칙인 장기 수익률과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정부가 기대하는 산업적 효과를 낼 것인지도 향후 살펴봐야 할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미 벤처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도에 대해선 높은 평가가 나온다.
AI 기업과의 산업 협력,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선언'에 이어 글로벌 벤처캐피털과의 투자 협력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완성함으로써 기술과 자본, 혁신 생태계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해 한국 AI 산업의 성장 기반을 넓혔다는 관점에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미 벤처 생태계의 연결은 협약 체결만으로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연금과 글로벌 VC 사이에 만들어진 투자 관계로 국내 기업 발굴과 후속 투자로 이어진다면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자본시장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성장 경로를 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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