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VC 출자 확대→한국 기업 발굴→해외 후속투자→M&A·상장 연결
(샌프란시스코=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민연금공단과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인 벤처캐피털(VC)이 구축하는 장기 파트너십은 K-스타트업이 자본력에 기대 새로운 성장 경로를 마련하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기대 역시 국민연금의 해외 벤처투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연금이 확보한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가 한국 기업의 발굴과 후속투자, 미국 시장 진출,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로 이어지길 바라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와 세콰이어 캐피털, 제너럴 캐털리스트, 코슬라 벤처스,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A)는 단순히 운용자산만 큰 VC가 아니다.
a16z는 투자기업의 채용과 홍보, 정책 대응, 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는 플랫폼형 VC다. 세콰이어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상장할 때까지 동행하는 실리콘밸리의 정통 벤처 명가로 통한다.
제너럴캐털리스트는 인공지능(AI)을 제조·의료·방산 등 실물경제에 적용하는 산업전환형 투자자이며, 코슬라벤처스는 성공 확률이 낮더라도 시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술에 베팅하는 딥테크 모험자본이다.
또한 라이트스피드는 초기 기업을 대규모 후속투자를 통해 빠르게 키우는 글로벌 스케일업 투자자이며, NEA는 AI와 바이오·헬스케어에 오랜 기간 투자해온 대형 멀티스테이지 VC다.
이들 6개 VC가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은 특정 산업과 투자를 겨냥한 게 아닌 창업 초기의 기술 발굴부터 유니콘 성장, 글로벌 시장 진입, M&A와 나스닥 상장까지 이어지는 실리콘밸리의 투자 생태계 전체를 불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 출자, 韓 기업 발굴 '입장권' 되나
이번 협력이 K스타트업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경로는 국민연금의 글로벌 VC 출자 확대다.
연기금은 일반적으로 VC가 조성하는 펀드에 유한책임출자자(LP)로 참여한다. 투자할 개별 기업을 직접 고르기보다 검증된 운용사에 자금을 맡기고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VC와 장기적인 출자 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해당 자금이 자동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VC는 펀드 수익률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 기업을 비교해 투자 대상을 선택한다. 국민연금 역시 국내 산업 육성보다 가입자의 장기 수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과 VC의 연결이 중요한 것은 투자금 자체보다 정보와 접근성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주요 LP로 참여하면 글로벌 VC와 정기적인 정보 교류가 가능해지고, 국내 유망 기업과 산업을 소개할 통로도 넓어진다. 정부와 국민연금, 국내 벤처기관이 발굴한 기업을 글로벌 VC의 투자심사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접점이 생기는 셈이다.
국민연금 출자는 K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보증서가 아니라, 한국 기업이 실리콘밸리 투자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입장권'에 가깝다.
◇창업보다 '스케일업'…M&A·상장 네트워크 기대 봇물
K-스타트업이 초기 기술 검증을 마치고 창업에 성공한 이후 겪는 어려움은 단연 '스케일 업'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 수백 억원 이상의 후속 투자가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초기투자 이후 기업의 성장을 장기간 감당할 후기 모험자본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실리콘밸리의 톱 VC 6곳은 바로 이 스케일업 구간을 채울 수 있는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른 투자자를 연결하고, 다음 투자 라운드의 기업가치를 설계하며, 해외 대기업을 고객으로 소개한다. 제품이 미국 시장에 맞는지 검증하고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국민연금과 이들 VC의 관계가 한국 기업의 정기적인 기업설명회와 공동 발굴 프로그램, 국내외 VC 간 공동투자로 구체화될 경우 국내 스타트업은 기존보다 빠르게 글로벌 후속투자에 접근할 수 있다.
무엇보다 VC의 경쟁력은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고객과 인재, 자본, 회수시장을 하나의 경로로 연결하는 데 있다.
글로벌 VC의 투자기업이 되면 또 다른 후속 투자자와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대기업과의 M&A나 나스닥 상장도 지원한다. 성공한 창업자와 기술 전문가, 법률·홍보·정책 전문가가 연결된 네트워크까지 기업 성장에 활용된다.
◇'돈 필요한 시장'에서 '기술 찾는 시장'으로
글로벌 VC가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매력과 한계가 뚜렷한 곳으로 평가됐다. 높은 교육 수준과 정보통신 인프라, 빠른 소비자를 갖췄지만 내수시장이 작고 기업의 해외 진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이 AI 반도체와 제조 AI, 로봇, 바이오,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 디지털 자산 등 세계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기술과 사업모델을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16z가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북아시아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이다.
글로벌 VC가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 역시 더는 투자할 돈이 부족한 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국가에서 찾기 어려운 기술과 창업자를 발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기 시작한 셈이다.
국내 VC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트너십이 제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VC에 투자를 요청하는 자금 수요처에서, 차세대 기술과 기업을 제공하는 투자기회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한 10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ADR 거래 개시 기념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2026.7.11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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