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렉트·스탠다드·관리군 3단 개편 연내 윤곽…"제로섬 아닌 플러스섬 확신"
알테오젠 잔류는 코스닥 변화의 신호탄…AI 대어 유치 총력
레버리지 ETF 수급 이탈 논란엔 "시차 있다…새로운 30년 체질 개선 계기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1994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의 전신인 증권업협회에 입사해 30년 넘게 코스닥과 궤를 함께해온 인물이 있다. 1999년 상장심사, 2010년 퇴출심사 팀장, 2014년 기술특례 상장제도 개편까지 코스닥의 숱한 환희와 시련의 현장을 모두 지켜본 '코스닥의 산증인',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부이사장)이다.
코스닥지수가 출범 30년이 넘도록 기준선 아래에 머물며 박스권에 갇혀있는 지금, 그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최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연합인포맥스와 만난 민 부이사장은 코스닥이 도약하지 못한 근본 원인을 한마디로 '신뢰 부재'로 진단했다. 부실기업이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고, 투자자가 이탈하면서 우량기업마저 떠나는 악순환이 30년간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민 부이사장은 "코스닥은 작은 악재에 크게 반응하고 큰 호재에는 둔감한 시장이 되어버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오랜 악순환을 끊어내고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장(부이사장)]
◇"제로섬 아닌 플러스섬 확신"…파생·ETF 동시 출격하는 '세그먼트'
거래소가 추진 중인 코스닥 체질 개선의 핵심은 시장 구조의 '3단 전면 개편'이다. 기존 소속부 제도를 폐지하고 시장을 코스닥 셀렉트(가칭)·스탠다드·관리군(코스닥 얼러트 등)으로 전면 재편한다.
시장 일각과 벤처업계에서는 셀렉트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들이 낙인 효과를 받거나 자금 쏠림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 부이사장은 "결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며, 플러스섬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맞받았다.
그가 제시한 논리는 '낙수 효과와 시장 전체 파이 확대'다. 우량 기업을 엄선한 '셀렉트'를 통해 기관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면, 이 자금이 스탠다드 기업군으로까지 확산된다는 구상이다.
그는 "1천800개 종목이 뒤섞인 지금 구조에서는 기관이 투자할 종목을 고르기 어렵다"라며 "스탠다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액티브 ETF나 세그먼트 연계 상품이 활성화되면 남아있는 기업들에도 충분히 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지난 2022년 11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했다가 유명무실해진 경험이 있다. 민 부이사장은 과거의 실패를 자인했다.
그는 "첫째, '글로벌'이라는 명칭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았고, 둘째로 지수 출범 후 1년 반이나 지나서야 지수선물이 나왔다"며 "헤지 수단이 없으니 기관이 포지션을 잡기 어려웠으나, 이번에는 파생상품과 ETF, 지수를 동시에 만들어 시장에 한꺼번에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거래소는 VC·운용사·연기금·학계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담아낼 셀렉트 편입 지표를 백테스팅 중이다.
민 부이사장은 "돈은 못 벌지만 시총만 큰 기업이 들어가면 기관은 외면할 것이고, 반대로 당장 매출은 적어도 미래가 기대되는 딥테크 기업은 열어줘야 한다"며 "시장의 컨센서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교한 세그먼트 기준을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알테오젠 잔류는 '긍정적 신호'…AI 유니콘에도 러브콜
인터뷰 직전,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은 코스피 이전상장을 유보하고 코스닥 잔류를 선언했다. 2013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뒤 시가총액이 100배 불어난 알테오젠의 결정에 민 부이사장은 "참 고마운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특례상장 기업으로서 이전상장 1호가 될 뻔했는데 서운할 뻔했다"며 "알테오젠이 코스닥에 남기로 한 것은 세그먼트 개편과 국민성장펀드 등 정부와 거래소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16개사 중 11개사는 이전 당해 연도 말 시가총액이 오히려 줄었다. 민 부이사장은 "더 큰 시장으로 간다고 해서 반드시 더 높은 기업가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알테오젠의 잔류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코스피나 나스닥 상장을 저울질하는 AI 딥테크 대어들에게도 메시지를 던진다.
민 부이사장은 "알테오젠은 코스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했고,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고 결정했다"며 "AI 유니콘 기업 CEO들을 직접 만나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코스닥에 오면 해당 섹터를 대표하는 '대장주'로서 집중적인 관심과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 코스닥 수급 흡수 논란 해명…"새로운 30년 체질 바꾸겠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코스닥 거래대금이 급감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근거를 들어 선을 그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떠난 시점은 연초인 반면 레버리지 ETF 출시는 5월 말이라 시차상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성립하기 어렵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진 시장 지배력으로 자금과 관심이 쏠린 것이지, 레버리지 ETF 자체가 결정적 원인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자금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기관 자금에 대해서는 민간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올 3월 첫 상장된 코스닥 액티브 ETF는 4개월 만에 8개 운용사가 참여하며 순자산 8천억원대, 일평균 거래대금 1천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코스닥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30여 년을 함께해온 그에게 주어진 임기는 이제 1년 남짓이다. 민 부이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꼭 매듭짓고 싶은 과제로 단연 '세그먼트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꼽았다.
그는 "수년 뒤 코스닥은 셀렉트를 중심으로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스탠다드 기업들은 셀렉트에 진입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며, 부실기업은 적시에 퇴출되어 깨끗해진 시장이 될 것"이라며 "관심과 우려 속에 성장해온 코스닥이 이번 체질 개선을 통해 새로운 30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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