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펀더멘털 따라 갈리는 수요예측 성적…"옥석 가리기 국면"
"금리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도…8월 금통위까지 관망
(서울=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7.1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회사채 시장에는 투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다만 업황과 기업의 펀더멘털에 따라 흥행 성적이 갈리는 선별 투자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추가 인상 여부가 판가름 날 8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경계감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의 백투백(back-to-back) 인상 가능성이 국고채 금리에 상당 부분 선반영되면서, 일부에서는 '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고점 판단에 기반한 매수도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발행사들의 성적표는 업종과 펀더멘털에 따라 갈렸다.
SK에코플랜트(A-)는 1천억원 모집에 9천870억원의 주문을 모으며 모집액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요를 확보했다.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발행 규모를 2천억원으로 늘렸고, 발행금리도 1년물이 개별민평 대비 35bp(1bp=0.01%포인트), 1.5년물 65bp, 2년물 60bp 낮은 수준에서 확정됐다.
KCC(AA-) 역시 2천억원 모집에 1조3천850억원의 주문을 모으며 6배가 넘는 수요를 확인했다. 2년물과 3년물 가산금리는 각각 개별민평 대비 5bp, 4bp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시중은행 4곳의 지급보증으로 'AAA' 등급을 받았지만 2천억원 모집에 3천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모집액의 1.6배 수준에 머물렀다. 가산금리는 'AAA' 등급 은행채 3년물 등급민평 대비 35bp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며, 희망 금리밴드(±40bp) 상단에 근접했다. 개별민평을 밑도는 금리로 발행된 앞선 두 건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실적이 워낙 좋은 데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이제는 건설회사보다 반도체 회사로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부분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상향 트리거 중 일부를 이미 충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등급 상향 가능성도 높은 상태라 그런 점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는 "채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있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일부 반영되면서 아직은 투자자들이 눈치를 보게 하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업황과 펀더멘털이 가격에 반영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금리 레벨에 대한 판단도 투자 수요 유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의 백투백 인상 가능성이 회사채 발행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지금이 고점이라고 보고 매수에 나서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올 만큼 올라왔다고 보는 시각도 일부 있고, 그런 판단에 기반해 움직이는 투자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고점 판단이 확고했다면 더 강하게 들어왔을 텐데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다. 자금은 있고 투자는 해야 하니 업종과 업황, 등급까지 고려하는 선별 투자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리서치에서도 하반기 크레딧 시장에 대해서는 선별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한은이 매 분기 25bp씩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3.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크레딧에 대해서는 비중 축소 후 선별적 우량 회사채 중심의 대응을 제시했다.
신 연구원은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크레딧의 상대적 캐리 매력은 저하될 것"이라며 "옥석 가리기의 필요성이 부상하는 만큼 우량 회사채 중심의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27~31일)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는 하나F&I와 메리츠금융지주가 수요예측에 나선다. 하나F&I는 27일 총 1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트랜치(만기)별로는 1.5년물 300억원, 2년물 700억원, 3년물 500억원으로 구성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9일 2년물 800억원, 3년물 700억원 등 총 1천5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금융지주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상반기 발행 물량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시장의 시선은 8월 금통위로 향하고 있다. 휴가철과 맞물려 당분간 신규 물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8월 인상 여부와 10월로 미뤄질 가능성을 확인한 뒤에야 대기 자금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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