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요 기반 개발·검증 후 무기체계 의무 적용
공공팹 중심 초기 양산서 민관 합작 생산체계로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정부가 지난해 중장기 검토 과제로 남겨뒀던 민관 합작 국방반도체 파운드리를 '상생팹' 형태로 구축하기로 했다.
무기체계 획득계획을 토대로 국방반도체 수요를 미리 확보하고, 정부 주도의 신뢰성 시험과 실증을 통과한 국산 반도체는 실제 무기체계에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연구개발(R&D)과 시제품 제작에 머물렀던 국방반도체 정책이 수요와 검증, 생산, 구매를 연결하는 산업생태계 조성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 방위사업청은 지난 23일 열린 제1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반도체 국산화 및 산업생태계 조성전략'을 심의했다.
정부는 무기체계 획득계획 등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국방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신뢰성 시험과 실증을 거친 국산 제품의 무기체계 적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존 공공·민간 팹을 활용해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민관 합작 상생팹을 구축해 민간 파운드리의 국방반도체 제조·양산 R&D도 지원한다.
국방반도체사업자를 별도로 지정·육성하고, 전문인력 양성과 국내 산학연 및 국제협력망 구축도 추진한다.
이번 전략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AI 시대, 반도체산업 전략'의 후속 조치다.
당시 정부는 국내 국방반도체 수입 의존도가 99%에 달한다고 진단하고, 2025년부터 2031년까지 6천355억원을 투입해 소재와 설계, 공정, 시스템을 아우르는 전주기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상용 반도체의 군용 전환과 군 전용 반도체를, 산업부는 민군 겸용 제품을, 과기정통부는 미래 원천기술을 각각 담당하는 방식으로 무기체계 적용과 실증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구상이었다.
생산 부문에서는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천950억원을 투입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나노기술원 등 공공팹을 중심으로 시제품 제작과 다품종·소량 초기 양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민간 파운드리의 제조 역량 강화와 국방반도체 전문 민관 합작 파운드리 설립은 수요 확대 상황을 지켜본 뒤 추진하는 중장기 검토 과제로 남겨뒀다.
이번 전략에서는 민관 합작 상생팹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국방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정부 정책이 검토 단계에서 사업 추진 단계로 한발 나아간 셈이다.
정부가 직접 수요를 제시하고 국산 반도체의 무기체계 적용까지 의무화한 점도 이전보다 진전된 대목이다.
[ET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방반도체는 품목별 주문 물량이 적고 무기체계마다 요구 성능이 달라 민간 기업이 자체 판단만으로 개발과 설비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개발에 성공해도 실제 무기체계에 탑재한 이력이 없으면 후속 사업이나 수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 기술 개발 이후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장기 획득계획을 토대로 필요한 품목과 예상 수요를 제시하고 시험·실증을 주도하면 기업은 개발과 판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국방반도체 전문기업을 지정하고 수의계약과 우선구매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지난해 전략에서 가칭 'K-트러스티드 서플라이어스'로 제시됐던 전문기업 지정 구상은 지난달 국방반도체법 제정으로 제도화 단계에 들어갔다.
다만 상생팹의 투자 규모와 입지, 민관 지분 구조, 가동 시점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생산시설을 건설할지, 기존 민간 파운드리에 국방반도체 전용 생산라인을 마련할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추가로 계속 논의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반도체 의무 적용 범위도 관건이다.
기존 외산 반도체를 국산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무기체계 설계 변경과 신뢰성 시험을 다시 거쳐야 할 수 있어 개발과 전력화 일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신규 무기체계와 성능개량 사업 가운데 어디까지 의무 적용할지, 수출형 무기체계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지 등은 후속 제도 설계 과정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7일 국회도서관에서 박 의원과 방위산업 성장과 혁신 포럼이 연 '국방반도체 산업 성장과 생태계 혁신' 세미나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2026.7.7 nowwego@yna.co.kr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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