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의 성장축이 기업금융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10년래 최고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들은 하반기에도 생산적 금융 확대를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속에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지면서 하반기 경영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기업대출 늘려…이자이익도 '쑥'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11조3천392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증권과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은행 이자이익도 증가하면서 그룹 실적을 끌어올렸다.
4대 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일제히 증가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졌지만 원화대출은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말 원화대출금은 385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340조원으로 1.7%, 하나은행은 327조원으로 2.9%, 우리은행은 311조원으로 2.6% 각각 늘었다.
실제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는 대기업이 주도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819조7천95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850조8천138억원으로 3.78%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대출은 172조3천317억원에서 192조585억원으로 11.45%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643조3천247억원에서 654조4천555억원으로 1.7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호대출도 322조1천380억원에서 323조992억원으로 0.30% 늘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기업금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건전성 부담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과 우량기업 중심으로 여신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하반기에도 기업금융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부동산과 가계대출을 통해 외형을 확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 등 생산적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
서기원 KB국민은행 부행장은 KB금융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금리와 유동성 등을 고려해 조달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핵심예금 확대 등을 통해 연간 NIM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영홍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반영되면 하반기 은행 NIM이 3~4bp 추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반기에는 생산적 금융을 통한 외형 성장에 집중했다면 하반기에는 수익성 중심의 우량자산 확대를 통해 NIM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금리에 내수 부진 겹쳐…"차주 선별 강화"
다만, 기업금융 확대 기조 속에 건전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6년 10월(0.81%)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84%에 육박했고,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2015년 5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 지연과 높은 금융비용 부담이 이어지면서 자금 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약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체율 상승은 금융지주의 재무제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말 고정이하여신(NPL) 총액은 14조2천34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3%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여신으로 금융회사의 대표적인 자산건전성 지표다.
연체율 상승이 감독당국 통계를 넘어 실제 금융지주의 부실여신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은 하반기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강도를 높일 전망이다.
건설과 부동산, 석유화학 등 업황 부진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업종별 익스포저를 점검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하반기 대출금리에 본격 반영되면 은행의 NIM 개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3분기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이 모두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부문은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매출 감소와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가계도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누적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건전성 지표를 외면할 수는 없다"며 "하반기에는 성장보다 차주 선별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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