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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미룰 수 없다"…메르코수르 FTA, 실무협상 재개 '속도전'

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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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수년간 멈춰 있던 한국과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간 무역협정 협상이 이재명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계기로 다시 움직일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에서 협상 재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면서 정상 차원의 정치적 동력은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자동차 등 제조업 관세를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첨예한 만큼 실제 타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양국 고위급 협상 플랫폼 구축…김용범 정책실장이 이끈다

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에는 남미공동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확대하고, 브라질 기업에는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이 협상의 필요성을 공동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장기간 중단된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은 지난 2018년 공식 개시됐다. 이후 상품과 서비스, 투자, 원산지, 정부조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상이 진행됐지만 2021년 6월 화상으로 열린 제7차 협상 이후 공식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다만 올해 들어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브라질 외교장관과 만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과 함께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이 협정의 시급성을 재확인하면서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외교적 명분도 한층 강화됐다.

이번 순방을 통해 양국은 고위급 협상 플랫폼을 신설했다. 브라질에서는 부통령이, 한국에서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단장을 맡아 속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중남미 순방으로 메르코수르 국가들과의 공식 협상 채널이 복구되는데다, 범 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예고된만큼 메르코수르 FTA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커진 모양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브라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현지 일간지 오 글로보(O Globo)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메르코수르 FTA와 관련해 "회원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양측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준 높은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 메르코수르, 왜 중요한가…난제는 산적

한국 입장에서 메르코수르는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다.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 기계, 화학, 전기·전자제품은 메르코수르 회원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가격 경쟁력을 높여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최근 협정의 전략적 가치는 단순한 수출시장 확보를 넘어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도 커졌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은 철광석과 리튬, 니오븀,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자원과 곡물·육류 등 농축산물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통상 장벽이 높아지고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메르코수르와의 협정은 원자재와 식량·에너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핵심광물 공급망과 에너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 첨단산업 협력을 동시에 추진한 것도 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종전의 관세 인하 협상보다 넓은 경제안보 협력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메르코수르 측에도 한국과의 협정은 의미가 작지 않다.

브라질 등은 쇠고기와 닭고기, 대두, 옥수수, 설탕 등 농축산물의 한국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방산, 조선 등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를 유치하기를 원한다. 한국을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투자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특히 메르코수르가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제권과 무역협정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협상을 계속 미룰 경우 국내 기업이 현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EU·메르코수르 협정은 농업 개방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장기간 지연됐지만, 원자재와 정부조달을 포함하는 전략적 협정으로 추진돼왔다.

그러나 정상 간 합의가 곧바로 협상 타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난관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다. 메르코수르 측이 경쟁력을 가진 쇠고기와 닭고기, 곡물 등의 관세가 낮아질 경우 국내 농축산업계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한국이 요구하는 자동차와 철강, 기계류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현지 제조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메르코수르가 단일 국가가 아닌 공동시장이라는 점도 변수다.

브라질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함께 조율해야 한다. 국가별 산업구조와 대외통상 전략이 다른 만큼 양허 수준과 개방 시기를 놓고 내부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번 중남미 순방 중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에서도 메르코수르 FTA에 대한 협상 재개를 논의할 계획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과거 한·메르코수르 협상이 자동차와 농축산물의 시장 개방을 맞바꾸는 협상이었다면 이제는 핵심광물과 에너지, 첨단산업,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경제안보 협상으로 성격이 확장됐다"며 "실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정치적 의지를 민감 품목에 대한 정교한 절충안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협정의 속도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언론발표 마친 한-브라질 정상

(브라질리아=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7.28 xyz@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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