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 사람은 왼손가락을 잃었고, 다른 한 사람은 왼팔을 다쳤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금속공장 선반공으로 일하다 산업재해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기도 성남의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다 프레스 기계 사고를 당해 왼팔에 평생 남을 장애를 얻었다.
두 정상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외교와 통상보다 각자의 어린 시절 '소년공' 이야기를 꺼냈다.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과 저는 각별한 경험을 공유했다"며 "룰라 대통령이 왼손 손가락을 잃은 것처럼 저 역시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하다 왼팔을 다쳐 장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험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늘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이날 공동발표는 공급망과 핵심광물, 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방산 협력 등이 핵심 의제였지만, 가장 오래 기억될 장면은 두 대통령이 서로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순간이었다.
◇ 가난이 만든 대통령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북동부의 극빈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트럭에 몸을 싣고 상파울루로 이주했고, 생계를 위해 구두닦이와 땅콩 장사, 염색공장 일을 전전했다.
이후 금속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해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그 사고는 그의 인생을 바꿨다.
금속노조에 뛰어든 그는 군사독재 시절 브라질 최대 규모의 노동자 파업을 이끌었고, 노동자당(PT)을 창당한 뒤 세 차례 대통령에 올랐다.
이 대통령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으로 향했고, 프레스 기계 사고로 장애를 입었다. 검정고시와 사법시험을 거쳐 인권변호사가 됐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두 대통령 모두 사회 최하층에서 출발해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내일 상파울루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젊은 시절 활동했던 금속노조 사무실을 찾아 그의 꿈이 시작된 현장을 보려고 합니다"라며 예정에 없던 일정을 직접 소개했다.
외교 일정이라기보다 한 정치인이 다른 정치인의 삶을 찾아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방문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그곳에서 룰라 대통령께서 노동자들의 현실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 왔던 그곳에서 대통령의 꿈을 한번 더 생각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나 룰라 대통령 모두 노동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룰라 대통령도 화답했다.
그는 "어려서 고생한 사람들은 모든 기회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긴다"며 "이 대통령과 저 모두 굉장히 어렵게 자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학생 하나하나,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교육과 노동,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운명을,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 극단적 공격 이겨낸 대통령들
극빈한 어린시절과 함께 또 다른 공감대는 현실 정치에서 겪은 극단의 공격이다.
이날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저는 극단적 세력의 공격을 이겨냈다"며 대화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2023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을 점거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한국 역시 비슷한 시기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시험대를 경험했다.
두 정상은 서로 다른 대륙에서 비슷한 정치적 격랑을 지나 다시 정상으로 마주 앉은 셈이다.
이날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는 공급망과 핵심광물, 방산, 우주, 에너지 협력이었지만, 회담장을 감싼 분위기는 숫자와 협정보다 두 사람의 삶에서 비롯된 공감에 더 가까웠다.
두 정상이 마주한 것은 이번이 다섯번 째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정상은 이번에는 정상외교의 성과뿐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공유했다.
이날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대통령이 된 가난했던 공장 소년 두 명이 나눈 것은 한국과 브라질의 협력을 넘어 노동 현장에서 시작된 두 정치인의 특별한 연대였다.
(브라질리아=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2026.7.28 xyz@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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