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수요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상실될 경우 미국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달하는 시뇨리지 효과를 잃게 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의 명목 GDP가 30조7천697억달러인 것을 고려할 달러화 발행으로 인한 이익이 연간 3천억달러 정도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실질 달러화 가치는 영구적으로 8.8% 하락하고, 미 국채 실질금리는 87bp, 민간 부채 금리는 72bp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더는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미 GDP의 약 50%에 달하는 부채를 미국 투자자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물론 이는 미국 밖의 투자자들이 달러화 자산을 사들이지 않는다는 극단적 시나리오 하에서 전망한 것이지만, 이미 과도한 수준을 넘어선 미 재정적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국채를 끊임없이 찍어내야만 하는 데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작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로버트 리치먼드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등 연구진은 유럽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시장 참여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통해 결제하고, 가치를 저장하며 담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달러화 표시 국채와 정부 기관채, 우량 민간 채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의 수익률'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통상 달러화가 세계 최대 기축통화로서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급등하면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늘리게 되면서 편의 수익률은 상승하게 되고, 약 20bp 정도의 프리미엄을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다만, 최근 데이터를 보면 달러의 특별한 지위는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 국채와 정부 기관채의 프리미엄이 2022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해 하락하고 있고, 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 투자 비중이 최근 10년간 45%에서 30%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에 대한 편의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은 해외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다른 나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데 이는 달러화 발행에 따른 특권적 이익인 시뇨리지 효과에 따른 것이며 미국의 영구적 무역적자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실질 달러화 가치를 영구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효과로 나타나는데, 달러화 수요가 지속해 줄어들게 될 경우 달러화 가치의 과대평가를 초래하는 기축통화 지위는 상실하게 된다고 했다.
연구진은 또 기축통화 지위가 달러화 가치를 지탱하면서 미 제조업을 약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축통화 지위를 포기하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스티븐 미란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주장도 반박했다.
연구진은 미 제조업 약화와 환율 효과 간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축통화 지위를 통해 달러화 가치가 약 9%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만 지위를 포기한다고 해서 미 무역 경쟁력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기축통화 지위 상실로 차입비용이 약 90bp 상승하고 국가 자산이 약 29조달러 규모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 부흥보다는 재정 부담 증가와 자산 손실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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