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사들이 정치적" 비판…금리 인상시 이사들에게 화살 돌릴수도
파월은 '낮은 자세' 유지…5월 말 마지막 연설에 트럼프 격분한 것으로 알려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자신의 요구대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케빈 워시 의장 대신 다른 이사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향후 금리 인하보다 금리 인상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연준이 만약 금리를 올리게 되면 일부 이사들이 이를 주도했다는 특유의 억지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시간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금리는 인하돼야 한다"면서 다시 연준을 압박했다. 그는 "케빈은 훌륭하다(fantastic)"면서도 "하지만 그에게는 이사회가 있고, 이사들이 매우 정치적이라고 나는 말하겠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워시 의장)는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나는 그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지만, 어쩌면 나쁜 의도를 가진 일부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CNBC와 인터뷰에서도 "그는 다소 적대적인 이사회를 가지고 있다"며 "불행히도 이사회가 잘못된 일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이사들의 훼방으로 워시 의장이 할 일을 못 한다는 프레임을 미리 짜놓은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FRB)를 바라보는 시각은 리사 쿡 이사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가 제기됐던 1년 전쯤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그는 작년 8월 22일 트루스소셜에 제롬 파월 전 의장과 필립 제퍼슨 부의장, 마이클 바 이사를 '바이든' 진영으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스티븐 마이런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당시 이사 지명자)은 '트럼프' 진영으로 묶은 이미지 한 장을 올렸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쿡 이사의 사진에는 조작을 가한 뒤 빨간색 '엑스' 표를 크게 얹음으로써 해임 위협을 가했다.
사진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워시 의장이 마이런 전 이사의 뒤를 잇게 됨에 따라 현재 연준 이사회의 구성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이사는 3명(워시·월러·보먼)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에서 보자면 트럼프 진영이 여전히 열세인 셈인데, 월러 이사는 최근 강경 매파적 목소리를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월러 이사는 의장 경쟁에서 막판까지 후보군에 남아있다 탈락한 인물이다.
바이든 시절 금융감독 부의장이었던 바 이사는 워시 의장의 취임을 앞두고 대차대조표 축소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노골적으로 들고나온 바 있다. 그는 보먼 현 금융감독 부의장이 주도하는 금융규제 완화에도 각을 세우고 있다.(지난 5월 15일 송고된 '연준 바 이사 "대차대조표 축소는 잘못"…워시 취임 앞두고 반기(종합)' 기사 참고)
제퍼슨 부의장과 쿡 이사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상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잇달아 시사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평소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온 제퍼슨 부의장의 발언이 주목할 만했다.
제퍼슨 부의장은 지난 16일 연설에서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적절한 위치에 있다면서도 "실제 인플레이션이 곧(soon) 진정되지 않는 시나리오에서는 우리가 물가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정책 스탠스를 재검토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쿡 이사는 15일 연설에서 예상을 밑돈 지난 6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의미를 축소하면서 "우리가 디스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의 신호들을 곧(soon) 보지 못한다면 나는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월 전 의장은 지난 4월 FOMC에서 약속했던 것처럼 퇴임 후 '낮은 자세'(low profile)를 이어가고 있다. 5월 31일 존 F. 케네디 재단이 수여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 상'(Profile in Courage Award) 수상식에 참석해 수상 소감을 밝힌 뒤로는 공개 발언이 없다.
파월 전 의장은 당시 소감에서 "의회는 통화정책 결정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되도록 현명하게 결정했다"면서 "다른 모든 선진국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연방제 구조는 다소 복잡하지만, 통화정책의 비정치적 수행을 뒷받침하는 법적 장치는 명확하다"면서 "연준 이사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해임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으며 직무를 수행한다"고 언급했다.
파월의 이날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선 파월이 연준을 떠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sjkim@yna.co.kr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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