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7월 정례회의에서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한은이 본격적인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긴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이 대출이자 부담을 가중한다는 우려가 작지 않지만, 현재의 물가와 환율, 부채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2026.5.28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실제로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나 올랐다. 지난 5월 상승률 3.1%에 이어 두 달째 3%대 고공행진이다. 고물가의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됐다는 뜻이다. 중동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은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충격으로 전쟁이 끝나도 인플레이션 그림자가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까지 나온다.
달러-원 환율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나 경험했던 달러당 1,5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주식시장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가 열풍처럼 번지는 실정이다.
일부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선회한 것도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니다. 전쟁으로 고유가가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한은보다 앞서 지난 6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일본은행(BOJ)도 6월에 1995년 이후 무려 3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했다. minfo@yna.co.kr
문제는 한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이 우리나라 경제에 끼칠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가면서 고금리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약한 고리인 저소득층의 부실을 막아야 하는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 사이의 절묘한 공조, 이른바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한은이 통화 긴축으로 전환한 시점에 정부가 반도체 세수 등을 근거로 내년도 총지출 규모를 800조원 이상으로 늘린 확장재정을 예고한 것도 이런 이유로 추정된다.
다만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게 적절한 정책 조합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없지 않다. 반도체 호황에 의존한 경기 반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은이 돈줄 죄기에 나선 시점에 정부가 재정으로 마냥 돈을 푼다면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과거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통화완화 조치와 함께 이뤄졌던 막대한 규모의 재정집행은 전국의 아파트값을 비롯해 각종 자산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고물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차별적인 돈 풀기식 재정정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즉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나 고물가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계층을 위주로 맞춤형 정책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고 통화 긴축과 반대로 무리하게 확장재정을 편다면 한은이 아무리 돈줄을 죄도 물가 잡기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글로벌 통화 긴축이 시작됐다. 이런 시기에는 가계와 기업은 물론 정부도 일정 부분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상식이다. 만약 통화 긴축의 충격이 걱정이라면 적절한 정책조합을 찾아야 한다. 자칫 재정확장으로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욕심을 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뉴스융합실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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