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파리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제가 딜링룸에서 트레이딩을 시작한 게 2002년입니다. 원화와 원화 자산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게 올해인 것 같습니다."
서은종 BNP파리바은행 서울지점 글로벌마켓 총괄본부장은 2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발표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평가해달라는 말에 이렇게 운을 뗐다.
서 총괄본부장은 "정부가 채권시장·주식시장·외환시장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금융시장에 대해 기조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이 아주 일관적"이라며 "핵심 단어는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는 의미의 '로드맵'"이라고 강조했다.
하루아침에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면서다.
그는 정부 정책이 앞서 나간 뒤에는 시장 관행이 뒤따라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당국이 추진하는 차액결제선물환(NDF)의 실물인도선물환(DF)으로의 전환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원 환율에 대해서는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의 리밸런싱과 헤지 수요에서 비롯된 수급 불균형으로 급등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탄탄한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수렴해 갈 것으로 전망했다.
서 총괄본부장은 "지금 원화는 매력적"이라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자산을 사기에 좋은 레벨"이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서 총괄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정부의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어떻게 평가하나.
▲ 정부 정책은 채권시장·주식시장·외환시장이라는 파이낸셜 마켓의 세 가지 핵심 시장에 대해 기조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이 아주 일관적이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시작으로 채권시장을 먼저 국제화했고, 유로클리어도 연계했다. 주식시장은 지난 2년간의 제도 개선 성과가 거래량과 외국인 지분율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환시장은 채권·주식에 이미 포함돼 있던 요소인데, 이번에 좀 더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이다. 여러 선진화의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로드맵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하겠다, 모레 하겠다'가 아니라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는 뜻이다. 지금 발표된 내용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업데이트되고 수정되면서 2차, 3차로 계속 이어질 텐데, 속도보다는 방향과 의지가 중요하다.
--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 딜링룸에서 트레이딩을 시작한 게 2002년이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중 올해가 가장 원화와 원화 자산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다. 지난 5월에 인베스터 트립에는 12~15개 해외 기관이 직접 와서 한국 투어를 했고, 이어서 해외 5개 도시를 갔다. 아시아 스트래티지스트 그룹과 출장을 가면 보통 여러 나라를 물어보는데, 손님과 1시간 미팅을 하면 30분 이상이 '코리아'였다. 첫 번째 질문이 코스피, 두 번째가 코리안 원(원화), 세 번째가 KTB(한국 국채)인 식이다. 돌이켜봐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컸던 적이 있었나 싶다. 국내에서도 예금이나 부동산 쪽으로 되어 있던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 WGBI 편입 자금은 얼마나 들어오고 있나.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나.
▲ 시장에서 논쟁이 많다. 3월부터 월별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을 보면 7조, 8조원씩 되다가 5월과 6월에는 10조원을 넘었다. WGBI 편입도 긴 호흡으로 진행한 3년 노력의 결과가 이제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라고 보는 이유는 역시 긴 호흡의 관점이다. 앞으로 진행될 시장 발전 과제로 해외투자자의 레포 시장 참여,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활성화, 크레딧 채권 시장 개방 등이 많기 때문이다. WGBI 헤지 비율은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예상대로 10~20% 정도의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들어오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이 환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금액도 계속 늘고 있어 원화 가치를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 우리가 왜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컨센서스(합의)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한국이 신흥국이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제 한국을 선진국(advanced country)으로 분류한다. 코스피나 국채 거래 규모를 보면 이미 선진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자산의 매력도를 높이고 구조적인 자금 유입을 늘려야 한다. 선진국 인덱스 편입은 자금이 구조적으로 들어오게 하고, 자금의 성격을 바꾸고, 자금이 한국에 머무는 기간을 늘리는 세 가지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우려했던 액티브 자금 일변도의 '핫머니'가 아니라 스티키(끈끈)하게 들어오는 패시브 자금을 유치하자는 취지다. MSCI 지수를 놓고도 선진국(DM)에서 5~6등 하는 것과 신흥국(EM)에서 1~2등 하는 것 중 무엇이 낫냐는 논쟁이 있지만, 자금 성격상 DM 자금이 EM 자금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본 시각이다.
-- NDF의 DF 전환 방향성은 맞다고 보나.
▲ DF에 인센티브를 많이 주겠다는 기본 방침에는 동의한다. 다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신흥국 통화 중 딜리버러블(실물인도)로 전환한 사례가 두 곳 있다. 중국은 CNY NDF 시장을 역외 현물환 시장인 CNH 시장으로 바꿨는데 5년 정도 걸렸다. 말레이시아는 2016년 NDF 시장을 한순간에 없앴는데, 당시 혼란이 컸다. JP모건 런던에서 아시아 신흥국 통화 트레이더로 있을 때인데, 해외 손님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많았고 포지션 청산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한국은 전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딜리버러블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가는 방향이 맞다. 앞서 역외 딜리버러블 시장을 소개한 CNH와는 차별적으로 한국의 경우 역내와 역외가 통합된, 더 발전된 딜리버러블 시장을 지향하는 만큼 더 긴 호흡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고객들에게 NDF보다 DF를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알려 나가야 한다.
재정경제부
-- 상반기 달러-원 환율이 크게 오른 뒤 이달 들어 하락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진단한다면.
▲ 달러-원이 1,560원까지 오른 배경이 투기 세력 일변도였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투기적 포지션을 운용하던 해외 펀드들은 5월까지만 해도 원화를 매우 우호적으로 봤다. 경상수지도 좋고 증시도 좋은데 원화가 언더퍼폼할 이유가 있겠냐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 외국인 리밸런싱 자금이었다. 현금으로 유출된 자금이 800억~900억달러 규모였고, 외국인 지분가치에 대한 헤지 비율을 10%만 잡아도 패시브 펀드들이 NDF나 포워드에서 헤지 비율을 조정하며 상당한 달러 매수세를 냈을 것이다. 기계적인 리밸런싱과 헤지 비율 조정 물량이 상반기 내내 큰 수급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제는 되돌림 국면에 들어서면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 하반기에는 원화 가치가 펀더멘털에 수렴할까.
▲ 그렇게 보고 있다. 수급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10년 평균 외국인 지분율 대비 현재 지분율, 10년 평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지분율 대비 현재 지분율을 보면 어느 정도 균형으로 수렴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 잠재성장률 저하나 한미 금리 역전 지속 등 구조적으로 원화가 가치를 잃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은 원화가 강세로 가는 추세였고, 그 이후로는 원화 약세 트렌드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기업의 해외 설비투자, 개인과 국민연금 등이 해외 투자자산을 계속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환율이 약세로 간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은 경제구조가 선진국형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본수지(portfolio outflow)의 변화 과정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구조적인 해외 투자 증가에 맞서 끈끈하고 패시브한 자금을 끌어들여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다. 장기로 보면 원화의 레인지가 과거 대비 위로 올라간 것은 맞지만, 일시적인 쏠림이나 수급은 또 다른 문제다. 지금 원화는 매력적이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자산을 사기 좋은 레벨이라고 본다.
--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어떤 문제가 있나.
▲ 과거 수출 주도 경제였을 때보다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면서 환율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민감도가 커진 것 같다. 예전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좋아진다고 봤지만, 한국은 이제 신흥국이 아니라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 통화가 지나치게 약하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이는 실질임금 감소와 구매력 약화로 이어지는 영향도 있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이고, 정책당국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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